국내 연구진이 발견한 새로운 질환의 이름이 한국 최초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김종원(金鍾源·44·사진) 교수는 “청각, 시각, 말초신경에 이상을 일으키는 새로운 유전질환을 처음 발견하고 이 질환을 ‘CMTX5’로 명명해 국제학계에 등록했다”고 14일 밝혔다.
과학기술부 국가지정연구실 사업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 성과는 임상신경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 ‘뉴롤로지’ 14일자에 실렸다.
이제까지 한국인이 질환의 원인 병원체에 대한 이름을 붙인 적은 있었다. 1976년 이호왕(李鎬汪) 전 고려대 교수가 유행성 출혈열의 병원체를 ‘한탄바이러스’라 명명한 바 있다. 하지만 질환 이름이 등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교수팀은 태어나면서부터 난청인 10대 남자아이를 진단하다가 시력도 점차 나빠지고 다리 근육이 약화돼 계단을 오를 때 잘 넘어지며 발목이 휘어지는 발의 기형을 보이는 증상을 확인하고 유전자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X 성염색체에 포함된 유전자를 하나하나 조사해 질환 관련 유전자 부위를 알아냈고 이 질환이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종류임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이 질환이 선천성 말초신경 질환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병의 일종이라 CMTX5라고 명명했다”고 말했다. CMT병은 보통 인구 10만 명당 17∼40명의 환자가 있다.
그는 또 “환자가 포함된 20여 명의 가족을 조사해 같은 증상을 보이는 남자 환자 5명을 확인함으로써 CMTX5가 남자에게만 유전되는 질환임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질환을 발견하고 이를 유전자 분석기술로 확인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김 교수는 “이 질환을 연구해 유전자 치료의 가능성을 열 뿐 아니라 말초신경과 동시에 시각과 청각을 연관짓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단서를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