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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21 2단계사업 어떻게 하나

입력 | 2005-06-15 03:16:00


앞으로 생존을 위한 대학의 피 말리는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단계 두뇌한국(BK)21 사업기획위원회’가 14일 확정해 교육인적자원부에 제출한 보고서는 대학 간 냉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원을 받는 대학의 수가 지금보다 늘어나지만 여기서 탈락한 대학은 2류 또는 3류로 위상이 떨어져 자연 도태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원 대상 대학에 포함되려면 대학이 생존경쟁 차원에서 알아서 구조조정을 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어떻게 달라졌나=연구비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이 1단계 사업 때보다 완화돼 규모가 작은 지방 소재 대학이 독자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전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단이나 대학만이 참여하는 방식이어서 지방대는 독자적인 지원이 어려웠다.

2단계 사업의 지원 자격 요건은 분야별로 전국 상위 20∼30개 대학이 참여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또 최종 선정 대상을 최고 10개로 늘려 많은 대학이 혜택을 보도록 했다.

또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나서 3년이 되면 그동안의 연구 현황과 실적을 ‘중간평가’ 하기로 했다. 추진 성과가 미미하거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은 연구는 과감하게 탈락시킨다는 방침이다. 대신 자격 요건을 충족시키는 다른 대학이 2009년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2단계 사업의 첫 심사에서 탈락한 대학이라도 자구 노력을 기울이면 3년 뒤 중간평가 때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는 얘기다. 1단계 사업에서는 한 번 탈락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경쟁은 한 대학의 학부나 학과 안에서도 불가피해졌다. 보고서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지원받을 수 있는 교수의 수를 학부 또는 학과당 70%로 제한했다.

평가도 해외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수와 같은 획일화된 기준이 아니라 계열별, 분야별 특성에 맞는 방법을 활용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연구 성과 발표가 중요한 자연계열은 해외 학술지에 실린 논문 수로 평가하지만 공과계열은 실용성이 높은 신기술이나 응용기술 개발 실적을 토대로 심사한다.

특히 ‘6T 분야’(생명공학, 환경공학, 정보통신공학, 초정밀원자공학, 우주항공공학, 문화관광콘텐츠공학)의 단과대 융합이나 학제 간 연계로 구조조정을 하는 대학은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일부 대학이 학부 단위에서 시행하는 ‘융합형 학과’는 기초역량 부족으로 인해 연구 인력으로 키우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융합형 단과대’를 만들자는 것이 2단계 사업의 새로운 목표 중 하나다.

▽어떻게 추진하나=교육부는 보고서 내용을 다듬어 다음 달부터 재정경제부나 과학기술부 등 다른 부처와 협의하기로 했다.

이번 보고서는 3월에 만든 기본안 및 해외 자문단과 교육부 실무진의 검토를 거친 내용이어서 부처 협의 과정 중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안을 만든 뒤 공청회를 거쳐 최종 결정하고 8월 중 기획예산처의 심의에 따라 예산을 확정할 계획. 늦어도 9월 이전 예비공고를 내서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38개 분야별로 10개씩, 모두 380개의 연구팀에 지원하게 되므로 2∼3개월 심사한 뒤 12월 전에 마무리해야 한다.

교육부는 1997년부터 BK21 사업을 기획하고 시행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2단계 사업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어 예산 확보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전문가들이 보는 문제점▼

2단계 BK21 사업안에 따라 지원 대상 대학이 늘어나고 대학별로 독자적인 연구사업을 진행할 수 있지만 일부에서는 이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분야별로 대학 간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최종 10개 대학에 선정되지 못해 1단계 사업 때와 달리 적게는 연간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까지 지원받지 못하는 나머지 대학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2단계 BK21 사업기획 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이공계는 연구사업단이 대형과 소형으로 나뉘는데 서울의 일부 대학은 소형 사업단에 선정되기 위해 학부 교수 일부만으로 소그룹을 만들어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에 규모가 작은 지방 대학들이 원하는 소형 사업단 심사과정에서 탈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 국립대의 교육학과 교수는 “경쟁력이 없는 학과라도 이른바 생명공학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학과나 학부를 통폐합해 특성화된 대학을 만든다는 취지는 좋지만 지방의 중소대학이라고 해서 단과대 간 이기주의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출신의 한 연구원은 “생명공학 분야 등 미래지향적인 대학구조조정에는 찬성하지만 이런 식으로 강제할 경우 대학구조조정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이런 통합대학의 사업지원 평가를 누가 어떤 식으로 할지도 논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BK21 1단계 사업은▼

1단계 BK21 사업은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실적을 늘리는 데 기여했지만 인문사회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성과가 적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BK21 사업의 또 다른 목표인 대학의 제도개혁 역시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 연구 성과 향상=한국학술진흥재단은 BK21 사업의 가장 큰 성과로 과학기술 분야의 우수한 연구업적을 꼽았다.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진이 1단계 사업기간에 낸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은 모두 4만2942편. 1차연도(1999년 9월∼2000년 8월) 6340건에서 5차연도(2003년 3월∼2004년 2월)에 1만3334건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 기간에 과학기술 분야 교수진은 1409명에서 1634명으로 16% 늘었고, 대학원생은 3092명에서 3421명으로 11% 늘었다.

하지만 인문사회 분야는 교수 및 신진 연구인력의 수에 변화가 없었다. BK21 지원금으로 채용된 계약교수 수와 ‘박사 후 연구원(Post Doc)’ 수 역시 감소했다.

▽대학제도 개혁은 미흡=당초 목표와 달리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한 제도 개혁은 미흡했다고 학술진흥재단은 지적했다.

1단계 사업 초기에는 학부과정의 모집단위를 광역화하는 대학이 늘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대학원 위주의 대학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상당수 대학이 학부생 수를 당초 목표의 84.9% 선까지 줄인 것은 긍정적인 결과.

이번 보고서에서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선정 과정의 공정성 시비 △지역대학 간 균형을 명분으로 한 ‘선택과 집중 원칙’의 훼손 △다른 부처 지원사업과의 연계성 부족 등은 2단계 사업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