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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김우중씨 로비의혹 자금 추적…자료 있다”

입력 | 2005-06-15 03:16:00

해외 도피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14일 오전 6시 50분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변영욱 기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朴英洙)는 14일 김우중(金宇中·69) 전 대우그룹 회장을 상대로 불법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의혹을 파헤칠 것이라고 밝혔다.

민유태(閔有台)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50일간에 걸쳐 김 전 회장에 대한 수사를 할 것”이라며 “구속기소 전 20일간은 분식회계 등 2001년 대우사태 수사 때 드러난 혐의를 조사하고 이후 30일간 대우그룹이 영국 런던에 뒀던 비밀금융조직인 영국금융센터(BFC)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민 기획관은 또 “비자금과 관련해 추궁할 자료는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김 전 회장이 입을 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우사태 수사 당시 BFC가 대우 해외법인 등에서 끌어 모았던 200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25조 원)의 용처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이 돈의 일부가 대우 해체를 막기 위한 로비자금으로 활용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검찰은 15일 밤이나 16일 새벽 김 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 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서울구치소 병사(病舍)의 1평 남짓한 독거실에 수감된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오전 5시 25분 5년 8개월의 해외 도피 생활을 끝내고 아시아나항공 734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체포영장이 집행돼 대검 청사로 연행된 김 전 회장은 “대우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귀국했다”고 말한 뒤 11층 조사실로 가서 조사를 받았다. 김 전 회장은 41조 원의 분식회계를 지시한 혐의는 대체로 인정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김 전 회장은 검찰에서 자신의 도피 이유에 대해 “채권단과 임직원의 건의로 도피 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김 전 회장의 은닉 재산을 찾아내 1999년 대우사태 이후 투입된 공적자금의 일부를 회수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김 전 회장의 부인 정희자(鄭禧子) 씨 명의의 필코리아(옛 대우개발)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 대지의 실질적 소유주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코리아는 경주 힐튼호텔, 베트남 하노이 대우호텔, 중국 옌볜(延邊) 대우호텔, 선재미술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공적자금 지원 및 회수기관인 예금보험공사는 이들 자산이 김 전 회장의 소유로 드러나면 가압류 후 민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예보는 김 전 회장의 가족이 갖고 있는 22억 원 규모의 이수화학 주식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예보에 따르면 대우사태 후 10개 금융회사와 ㈜대우 등 11개 회사가 대우그룹을 상대로 23건 249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정경제부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은닉재산 추적 △출자전환주식 매각 △옛 대우그룹 관계사 매각 등의 방법으로 대우사태로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키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