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더 이상 소년들이 그의 침대에서 자도록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너무 많이 파괴됐다.”
13일 팝의 제왕 마이클 잭슨(46)이 아동 성추행 혐의에서 벗어난 뒤 그의 변호인인 토머스 메서로 변호사는 NBC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잭슨 사건을 맡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타바버라 카운티 지방법원 공판배심은 1주일간의 긴 평의 끝에 이날 13세 소년에 대한 성추행과 술 제공 등 잭슨의 10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평결을 내렸다.
법정에 ‘무죄(not guilty)’가 발표되는 순간 방청석의 잭슨 팬들은 감격해 울음을 터뜨렸고 몇몇 배심원도 눈시울을 붉혔다. 잭슨도 눈가를 훔쳤다. 평결 이유는 ‘증거 불충분’. 검찰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beyond a reasonable doubt)’ 정도로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배심원들은 ‘피해 소년’ 어머니의 소송 동기를 의심했다. 한 여성 배심원은 “제대로 된 어머니라면 어떻게 자기 아들이 잭슨의 침대에서 자게 내버려둘 수 있느냐”고 물었다.
캘리포니아 주 최고 변호사로 꼽히는 메서로 씨 등 잭슨 측 변호인들은 이 사건을 “소년의 어머니가 돈을 노리고 벌인 사기극”으로 몰아 변론에 성공했다. 1993년 처음 아동 성추행 혐의가 불거진 뒤 12년여 동안 잭슨의 뒤를 캐 온 64세의 노장 톰 스니던 검사는 변호인 측이 영화 ‘나 홀로 집에’의 배우 매컬리 컬킨, TV 토크쇼 진행자 제이 레노 등 호화 스타를 증인으로 세웠을 때 이미 절망하는 모습이었다. 잭슨의 전처 데비 로위마저 “잭슨은 두 아이의 훌륭한 아버지”라고 증언해 검찰에 타격을 줬다.
평결 소식이 법정 밖으로 알려지자 잭슨 팬들은 환호를 터뜨렸다. 그에 반해 유죄를 확신했던 사람들은 야유를 보냈다. 이들은 “잭슨이 재판 중 병원 신세를 지는 등 의도적으로 동정심을 자극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판정 안팎에는 10년 전 전처를 살해한 혐의를 받던 미식축구선수 O J 심슨의 재판 때보다도 훨씬 많은 2000여 명의 기자가 몰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잭슨은 1993년 1520만 달러(약 152억 원)의 합의금을 주고 한 차례 아동 성추행 혐의를 무마한 바 있다. 그러나 2003년 영국 TV 다큐멘터리가 새로운 아동 성추행 의혹을 제기해 수사가 재개되면서 결국 재판을 받게 됐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