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의 학내 분규가 이재규(李在奎) 총장의 자진 사퇴로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CEO(최고경영자)형’ 총장을 자처하며 2003년 7월 취임한 이 총장은 대학 경쟁력 강화 방안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한때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교수와 직원 등의 신뢰를 받지 못해 결국 중도 하차하게 됐다.
2003년 11월부터 교수협의회는 대학본부의 독선적 운영을 비판하기 시작했으며, 직원들은 이 총장이 학교 운영과 관련해 직설적이고 비인격적 언행을 한다며 거부감을 보였다.
이 총장이 나름대로 추진한 개혁 방안은 지방대의 위기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총장이라고 해서 구성원들에게 “무조건 따르라”는 식으로 강요하다시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이다.
어떤 조직이든지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 총장의 ‘전공’인 현대 경영학의 기본이다.
이 총장은 ‘지식경영’과 ‘지식근로자’ 이론을 주창한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 박사에 관한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드러커 박사는 평소 “지식근로자는 부하가 아니라 동반자이며, 조직 구성원의 장점을 발견하고 그들의 가치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 경영자의 능력”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런 이론을 누구보다 잘 알았을 이 총장은 정작 이를 실천하는 데 실패했다.
이번 대구대 사태는 대학의 개혁과 경쟁력 제고 등도 학교의 주체인 교수, 학생, 직원 등의 동의와 참여 속에서 추진돼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