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커뮤니케이션즈㈜ 유현오 사장
SK커뮤니케이션즈㈜ 유현오 사장 “1인 미디어 엄청난 잠재력, 휴대 인터넷 비즈니스 적극 투자”
우리나라에서 신세대와 구세대를 나누는 기준은 단 하나다. 바로 싸이월드에 미니홈피가 있느냐, 없느냐다. 2004년 최고 히트상품(삼성경제연구소)으로 선정된 싸이월드(이하 싸이)는 10, 20대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매체, 하루 방문자 2000만명, 한 달 페이지뷰 200억회, 디카 판매의 일등공신 등 모든 찬사와 기록을 경신해가고 있다.
이제는 전 국민의 싸이화, 혹은 일촌(一寸)화가 자연스레 회자될 정도다. 심지어 싸이는 우리 인터넷 기업이 이룬 최고의 신화로 손꼽히기까지 한다.
‘1인 미디어’라는 가능성의 신대륙을 발견한 것은 자그마한 벤처였지만, 2003년 8월 SK커뮤니케이션즈㈜라는 대기업의 인터넷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잠재 역량이 폭발했다.
유•무선 연계 포털인 ‘네이트닷컴’을 중심으로, 특히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불리던 MSN의 메신저 시장을 뛰어넘은 ‘네이트온’이 절묘하게 결합된 싸이 모델은 통신사업자가 인터넷 시장에서 성공한 세계 최초의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현재 메신저 시장에서도 네이트온의 주간 순 방문자는 753만 명을 기록(6월1일), 640만 명을 기록한 MSN을 100만 명 이상 앞서며 그 차이를 계속 벌리고 있다. 약동하는 싸이 세상을 이끄는 유현오(45) 사장은 독특한 이력을 지닌 CEO(최고경영자)다.
우선 망(network) 사업자인 SKT 출신 경영자라는 점도 흥미롭지만,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전공 학자 출신이라는 점도 이색적이다. 미디어 학자이자 대기업 경영자 출신인 유 사장을 통해 ‘1인 미디어’와 ‘모바일’의 융합, 나아가 ‘올웨이스 온라인(Always On-line)’ 시대의 지존을 꿈꾸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미래를 들어봤다.
-싸이의 중국, 일본 진출이 본격화됐다. 앞으로의 해외 진출 일정이 궁금하다.
“6월8일, 중국 버전의 싸이월드인 싸이워(塞我•www.cyworld.com.cn)가 ‘1촌’은 막역한 사이를 의미하는 ‘즈지(知己)’, ‘도토리’는 팥을 의미하는 ‘홍도우(紅豆)’란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 버전 역시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우선적으로 한류가 통하는 대만과 홍콩 등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하반기에는 미국으로 본격 진출한다.
-걱정되는 점은, 싸이 모델은 남이 모방할 경우 특별한 대처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적으로 서비스 수준의 차이가 크다. 겉모습을 베끼는 정도로는 우리가 쌓아온 운영 노하우를 당해낼 수 없다. 우리는 이 같은 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해야 좋을지 소비자를 연구하고 관찰해온 역량을 갖고 있다. 실제로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들의 인터넷 서비스조차 우리보다 2~3년 뒤떨어진 수준이기 때문에 1인 미디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기업가치에 대해 얘기해보자. 구글의 기업가치가 62조원, 야후와 e베이 역시 50조원이 넘는다. 그렇다면 SK커뮤니케니션즈㈜의 목표는 어느 정도인가.
“궁극적으로 야후와 경쟁하고 싶다. 인터넷 사업은 글로벌로 확장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 현재 야후나 구글의 기업가치는 인터넷이 갖고 있는 미디어로서의 잠재력이다. 지역과 언어에 기반한 검색 비즈니스는 국제적으로 성장하기 힘들다고 본다. 그러나 싸이의 비즈니스 모델은 세계 최초일 뿐 아니라 세계로 뻗어나갈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당장 문화적 동질성이 높은 중화권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10조원 이상은 될 것으로 본다.”
-현재 승승장구하고 있는 NHN이 1조5000억원가량인데.
“NHN의 중국과 일본에서의 사업 성적을 합친다면 실제 3조원 가까이 된다. 야후 재팬만 해도 시장가치가 4조원이 넘기 때문에 국내 시장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조원이란 우리가 아시아권에서 브랜드가 형성됐을 때 얘기고, 만일 미국에 진출해 야후와 제대로 된 경쟁을 벌일 수만 있다면 50조원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구글과 야후가 삼성전자(70조원)에 필적한다는 것은 인터넷 기업의 잠재력을 뜻한다. 컴퓨터 발상지인 미국에서 HP, Apple, IBM 등이 IT 생태계를 만들어 세계시장을 휩쓴 것처럼 한국의 인터넷 벤처가 힘을 합친다면 세계시장을 평정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그 같은 면에서 정책에 아쉬운 점은 없나.
“인터넷 사업이란 정책으로 부흥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물론 정부의 유•무선망 정책이 초고속망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 빛을 발하긴 했다.
그러나 서비스만큼은 정책과 무관한 자율 규제가 바람직하다. 그보다는 벤처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경제적 토양이 시급하다고 본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훨씬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과감한 M&A(인수•합병) 과정을 통해 역동적으로 성장해나가지만, 우리 현실은 아직 실망스럽다. 부실한 벤처투자와 전문화된 영역에서의 벤처의 부진이 특히 아쉽다.”
-SKT가 1대 주주인데…, 향후 IPO(기업공개) 계획과 그 효과는 어느정도일까.
“인터넷 비즈니스는 투자가 중요하기 때문에 열린 투자환경이 필요하다. 기업공개는 필요하지만 민감한 문제이다. 지분관계 정리도 필요하고 미래 지향적인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한 M&A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싸이가 국제적으로 확장해 가고, 도토리 판매 이외의 수입모델이 다각화 될 수 있다면 주식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싸이와 네이트온은 웹과 인터넷 메신저, 모바일 간의 가장 이상적인 결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 세계 그 어떤 통신사업자도 흉내 내기 힘든 시도인데. 내년부터 본격화될 유비쿼터스 환경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혁신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고 수준도 높아질 것이다. 유•무선을 통틀어 그 중심을 인터넷 메신저가 잡을 확률이 크다. 당장 인터넷 메신저가 항시 휴대전화에 떠 있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문자와 화상, 그리고 음성까지도 휴대 인터넷을 통해 전송될 경우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차세대 미디어의 중심은 단연코 휴대전화라는 것임은 분명해졌다. 유•무선 모두 우리나라가 테스트베드(Test Bed) 구실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성이 부족해도 휴대 인터넷 시대의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투자해나가겠다.”
-SK의 인터넷 사업 성공에 대한 평가 중 ‘수업료론’이 눈길을 끈다. 라이코스, 팍스넷 그리고 싸이 등 인터넷 시장 진출을 위한 오랜 투자가 뒤늦게 꽃피웠다는 논리다. 또한 망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활용했다는 시기 어린 눈초리도 엿보인다.
“수업료를 많이 냈다고 반드시 성적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웃음) 통신사업자가 인터넷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는 전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 그간 수업료를 지불한 측면도 있고 운도 따라줬다. 반대로 자본을 무작정 투입하면 성공하리라는 생각이 성공을 막는 족쇄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게다가 망 사업자의 지위를 이용했다면 네이트가 진작 성공했어야 옳다. 사업의 성격 자체가 너무도 판이했기 때문에 유리할 것도 없었다. 성공한 기업엔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는 법이다.”
-최근 인터넷 메신저 ‘네이트온’의 성공이 화제다. 그 요인을 어떻게 분석하는가.
“우리를 돕던 IT 컨설턴트들 중에서조차 MSN을 이기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터넷의 흐름을 따라가며 얻은 직감과 우리의 역량을 분석해서 얻은 논리적인 결론이었다. 인터넷 메신저라는 플랫폼의 잠재력과 싸이가 결합한다면? 또한 우리가 가진 모바일 네트워크와 네이트온이 결합한다면? 성질이 비슷한 1인 미디어가 패키지로 서비스됐을 때 얻게 될 시너지 효과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주위의 만류에도 기어이 밀고 왔다. 꼭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이 바탕이 된 기업가 정신의 성과라고 본다.”
-조직의 구성원이 각양각색이다. SK 출신에서부터 최근 M&A를 통해 충원된 벤처인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는데, 조직 통합에 어려움은 없었나.
“인터넷 기업의 M&A는 사실상 PMI(Post-Merger Integration•인수합병 후 통합하는 기업합병 방법)가 더 중요하다. 인터넷 기업의 자산이라는 게 고객과 브랜드 정도지만 그보다 사람과 조직의 역량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도 PMI 과정이다. 대개 벤처 출신은 대기업 출신을 향해 ‘아이디어가 없다’고 말하지만 반대로 ‘일을 분석ㆍ진행하는 틀이 없다’는 비난도 가능하다. 출신이 다양한 것은 약점일 수도 있지만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구성원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쌍방향 소통을 통해 의사결정을 해가고 있기 때문에 역동적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서비스에 대해서는 내가 전혀 관여하지 않고 책임자들에게 일임하고 있다.”
-닷컴 신화의 붕괴 이후 부정적인 생각이 만연해 있다. 앞으로의 비전을 어떻게 잡고 있는지 궁금하다.
“과거 인터넷이 버블(거품)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사라졌다. 그러나 이를 뚫고 살아남은 기업은 굉장히 탄탄하다. 특히 인터넷의 미디어적 성격 때문에 기업가치는 계속 상승할 것이다. 과연 기존의 어떤 미디어가 전 지구상에 올라온 텍스트와 방송을 하나의 영역에 끌어안을 수 있겠는가. 만일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만 있다면 그 영향력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현재 SKT는 모바일 시장에서의 자본력과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 서비스를 확충해갈 것이다.”
-싸이의 미디어적인 속성이 주목되면서도 그 한계 또한 분명해 보인다. 얼마 전 ‘대구 조무사 신생아 학대 사진’ 사건에서 나타나듯이 지나치게 사적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1인 미디어의 몰사회성이 그것이다. 또한 사적 커뮤니티가 상업화된다는 것도 그다지 반가운 일은 아니다.
“친구와의 친밀감이 인터넷을 통해 사회적 의미를 부여 받고 있다. 분명히 싸이는 공적인 네트워크로의 성장을 통해 미디어적 속성이 부여될 것이다. 최근 발족한 싸이 1촌 봉사대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예전에 라디오 라는 매체가 세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 그 곳에 광고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곧 자연스러워 졌다. 미디어란 생산과 소비를 매개하는 그 무엇이다.
이제 ‘대량생산-소비’는 의미가 없어지고 개별 소비자의 특성을 고려해야 하고 그것이 IT 시대 첨단 미디어의 임무다. 일부 잡음도 있겠지만 그것을 해결하고 확장해온 과정이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 이리고 생각한다.
1인 미디어가 경제 시스템 안에서 차지하는 몫이 커져갈 것이다. 지켜봐 달라.”
棟 유현오 대표이사
•1960년 출생
•서울대 사회학과(1984)
•SK㈜ 마케팅 부문(1990)
•SK그룹 경영기획실(1993)
•UT-Austin 커뮤니케이션학 석사(1995)
•미시건 주립대학 정보통신학 박사(1999)
•SK텔레콤 전략기획실 기업전략팀장(2000)
•SK텔레콤 인터넷 전략본부장ㆍ실장(2004)
•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인터뷰=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정리=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