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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피플]‘디 워’ 남녀주연 제이슨 베어-아만다 브룩스

입력 | 2005-06-16 03:24:00


할리우드 스타가 한국 감독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코미디언 출신 심형래(47) 감독이 ‘용가리’(1999년)에 이어 차기작으로 준비 중인 ‘디 워(D-War)’의 중심에는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별’ 제이슨 베어(32)가 있다.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TV 시리즈 ‘로스웰’(1999년)의 주인공 막스 역으로 한국 관객들에게도 얼굴이 알려진 그는 요즘 주가 급상승 중이다. 그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그루지’(일본 공포영화 ‘주온’의 리메이크)가 지난해 10월 2주 연속 미국 박스 오피스 1위에 오르면서 제작비의 12배인 1억2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기염을 토한 것.

지난해 10∼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디 워’의 현지 촬영을 마친 뒤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베어를 7일(현지시간) 오전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났다. 인터뷰에는 그와 짝을 이뤄 ‘디 워’의 주연을 맡은 신인 여배우 아만다 브룩스(25)가 함께했다.

“소설 ‘반지의 제왕’을 어릴 적 읽었고 얼마 전 영화로도 봤어요. 전쟁 장면이 아이들이 보기엔 너무 참혹했어요. 미스터 심(심형래 감독)이 만드는 판타지는 아이들도 볼 수 있는데다 한국의 전설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독창적이었어요.”(베어)

‘디 워’는 조선시대 여의주를 몸에 지닌 채 태어났던 여자아이와 이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천상계에서 내려온 전사가 현대 로스앤젤레스에서 동양화를 전공하는 학생 세라(브룩스)와 방송기자 이든(베어)으로 환생해 용이 되려는 이무기와 맞선다는 내용의 SF 판타지. ‘D-War’의 D는 용(Dragon)의 약자다.

“용과 이무기의 의미를 아느냐”고 묻자, 브룩스는 “이무기가 나중에 용이 돼 하늘로 올라가는 것 아니냐”면서 베어를 쳐다봤다. 베어는 “용은 동양 전통문화 속에서 달이나 바다처럼 어떤 초월적인 대상인 것 같다. 용을 공포의 대상으로 보는 서양과는 무척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전혀 모르는 한국 감독의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이 모험이기는 하다”면서도 “하지만 특수효과 영화는 마지막 완성단계 전까진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영화이건 배우에겐 모험이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베어가 동양의 감독과 작업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전작 ‘그루지’를 찍을 때 그는 일본 감독 시미즈 다카시와 의사소통이 안 돼 애를 먹은 경험이 있다. 영어를 못하는 심 감독과는 어땠을까.

“미스터 심이 잘하는 영어가 두 개 있어요. 하나는 ‘오케이(OK)’고, 또 하나는 ‘좋아(good)’예요. 간단한 영어지만 자꾸 듣다보면 이상한 느낌이 와요. ‘오케이’는 ‘내가 당신에게 정말 흥미가 많다’는 뜻으로, ‘좋아’란 말은 ‘난 당신을 믿는다’는 의미로 들려요.”

두 배우는 심 감독의 코미디언 시절 출연작을 비디오테이프로 보았다고 했다.

“괴상한 캐릭터였어요. 이상한 바지를 입었던데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도 그는 ‘노는 것’을 정말로 즐기는 것 같았어요.”(브룩스)

“아, ‘영구’요? 꼭 유괴범 같은 분장이었어요. 실제로도 그는 웃음을 전염시키는 능력이 있어요.”(베어)

베어는 “‘그루지’는 일본 감독이 미국 배우들을 데리고 찍은 영화지만 기본적으로 할리우드 자본이 지배하는 영화”라면서 “그러나 심 감독의 작업은 할리우드 자본으로부터 자유롭게 진행됐기 때문에 어떤 배급망을 타고 미국에서 개봉될지 무척 궁금하고 흥미롭다”고 말했다.

두 배우는 지난해 12월 한국에 비밀리에 들어와 보충 촬영을 마치고 돌아갔다. 한국에서 받은 인상에 대해 브룩스는 “아침 6시에 일어나 밤까지 일만 하다 와서 한국은 보지 못했다.(웃음) 아, 번데기의 희한하고 놀라운 맛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