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석에 설 때마다 계속되던 신기록 행진이 마침내 멈췄다. 강산이 두 번 변할 긴 시간 한결 같았지만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었다.
‘기록의 사나이’ 장종훈(37·한화·사진)이 19시즌 동안 정들었던 프로 유니폼을 마침내 벗었다.
장종훈은 15일 “최근 김인식 감독을 만난 뒤 은퇴를 결심했다”며 “시원섭섭하다”고 말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유종의 미를 위해 담배까지 끊었고 지난 동계훈련 때는 하루에 1000번 가까이 방망이를 휘둘렀던 장종훈.
장종훈 1위 기록경기1949타수6290득점1043안타1771홈런340누타3172타점11454사구997삼진1353
하지만 올 시즌 그는 후배들에게 밀려 좀처럼 출전기회를 못 잡다 4월 20일 2군에 내려간 뒤 은퇴에 이르렀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과거보다는 앞날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지도자로 새로운 야구 인생을 걷는 것.
장종훈은 올 시즌 잔여기간 2군에서 타격 보조 코치로 후배들을 지도한 뒤 내년에 정식 코치로 계약하거나 해외 연수를 떠날 계획.
장종훈은 “최고 지도자가 되기 위해 예전 연습생 같은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987년 세광고를 졸업한 장종훈은 프로와 대학의 외면 속에서 입단 테스트를 거쳐 힘겹게 빙그레(현 한화)에 입단한 뒤 피나는 노력 끝에 ‘연습생 신화’를 이뤘다.
1990년부터 3년 연속 홈런왕과 타점왕을 휩쓸었고 골든글러브 5회 수상, 최우수선수 2회 수상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9개 타격 부문에서 개인 통산 최다 기록을 갖고 있으며 역시 최다인 15년 연속(1988∼2002년) 두 자릿수 홈런 기록 보유자이기도 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