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백두대간
40대 교수와 17세 누드모델의 스캔들을 다룬 프랑스 영화 ‘권태’. 이 영화는 성욕을 ‘승화’시켜 책을 쓰겠다던 철학교수 마르탕이 ‘비만에 가까운 풍만함’을 가진 세실리아의 육체를 탐하면서 질투심과 소유욕에 이성을 잃어가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담았다. 그런데 이 영화 속 일견 백치 같은 세실리아의 대화법을 들여다보면, 성욕에 불타는 ‘수컷’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암컷’의 전략 전술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북한의 통일전선전술 뺨칠 정도로 지능적인 ‘암컷의 수컷 다루기 전략’을 영화 ‘권태’ 속에서 조목조목 짚었다.
○1 남자의 추궁에는 솔직한 체하는 동시에 최대한 짧게 대답한다. 그러면 계속적인 질문을 유발하면서 질투심을 증폭시키게 된다=“그 자식이 장미 꽃다발도 사줬겠지?”(♂) “어떻게 알았죠?”(♀) “저녁 먹고 뭐했어?”(♂) “영화 봤어요.”(♀) “손잡고?”(♂) “네.”(♀) “키스하고?”(♂) “네.”(♀) “섹스도?”(♂) “네.”(♀) “극장에서 섹스를 했다고?”(♂) “왜요? 뒷좌석이고 몇 사람 없었어요.”(♀)
○2 ‘대자연의 어머니’ 같은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남자의 승부욕에 불을 댕긴다=“그 자식 만났어?”(♂) “만났어요.”(♀) “만나서 잤어?”(♂) “만났다는 건 잤다는 뜻이에요.”(♀) “많이 했어?”(♂) “평소만큼.”(♀) “그 친구랑 자면 느낌이 어때?”(♂) “설명할 수 없어요.”(♀) “나보다 좋아?”(♂) “몰라요.”(♀) “왜 몰라?”(♂) “생각한 적 없어요.”(♀) “생각해봐.”(♂) “날 사랑하는 것 같아요.”(♀) “나는?”(♂) “당신도.”(♀) “어느 쪽이 나아?”(♂) “여자는 사랑 받는 걸 좋아해요.”(♀) “어느 쪽이 더 좋아?”(♂) “둘은 달라요.”(♀)
○3 더 이상 빠져나갈 틈이 없을 때에는 적반하장 전술로 나간다. 허를 찔린 남자는 반대로 애걸하게 마련=“맞아요.”(♀) “뭐가?”(♂) “모모(남자친구)랑 있었어요.”(♀) “그래서? 그건 나도 알아.”(♂) “같이 잤어요.”(♀) “계속 해.”(♂) “무슨 말을 해요?”(♀) “왜 그랬어?”(♂) “그게 좋으니까.”(♀) “그러면 안 되잖아.”(♂) “왜 안 되죠?”(♀) “사랑하는 남자를 속이면 안 되지.”(♂) “모모도 사랑해요. 갈래요.”(♀) “어디로?”(♂) “이제 그만 만나요.”(♀) “얘기 안 끝났어.”(♂) “무슨 얘기를 해요? 우린 너무 달라요.”(♀) “제발 같이 있어줘.”(♂)
○4돈에는 절대 관심 없는 체한다=“6000프랑이야.”(♂) “더 많아 보여요.”(♀) “너라면 10배도 줄게.”(♂) “싫어요. 섹스해요.”(♀) “정말 싫어?”(♂) “싫어요. 나 정말 욕심 없죠? 부탁이 있어요.”(♀) “뭔데?”(♂) “(10배인) 6만 프랑 주는 대신 3000프랑만 빌려줘요.”(♀) “이거면 돼?”(♂) “너무 많아요.”(♀) “다 쓸 데가 있을 거야.”(♂) “고마워요.”(♀)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