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 대책을 놓고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제각각 다른 소리를 내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야당까지 아파트 분양가 원가 공개를 주장하며 혼란에 가세하는 양상이다.
경기 성남시 판교급 신도시 추가 건설에 대한 논의는 오락가락하고, 판교 공영개발 주장이 나오는 등 그야말로 백가쟁명(百家爭鳴)식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대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당분간 사태를 관망하자는 신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17일로 예정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주재 대책회의에서도 특별한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디어는 많지만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쏟아지는 말말말
15일 국회에서 열린 건설교통부와 열린우리당 부동산정책기획단의 1차 당정협의에서는 다양한 부동산 시장 안정방안이 나왔다.
“판교개발 계획을 변경해 중상층 임대수요를 겨냥한 40∼50평형대 장기임대아파트를 대량 공급하라”는 요구부터 △아파트 분양가 원가 공개 △서울 강북 재개발 가속화 △재건축 시 소형 평형 규제 완화 △판교에 중대형 평형 확대 공급 제안까지 가지각색이었다.
열린우리당은 정부 주택정책의 전면 재검토까지 요구했다.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가 14일 고위 정책회의에서 “부동산정책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얻고자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발언했다.
한나라당도 △판교를 포함한 모든 택지의 공영 개발 △민영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분양권 전매금지 전면 확대 △서울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제시한 상태.
재정경제부 국세청 한국은행 등도 △필요시 금리 인상 △택지공급 대폭 확대 △집값 안정 될 때까지 세무조사 지속 등의 대책을 쏟아냈다.
정작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집값이 전국적으로 폭등했던 2002년과 최근 집값 동향을 비교할 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며 추가 대책 마련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상태다.
○ 물밑으로 가라앉은 신도시 건설
이런 와중에 추병직(秋秉直) 건교부 장관은 10일 “판교와 같이 주거환경이 좋은 신도시를 (앞으로도) 계속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원론적 발언이었지만 시장에는 적잖은 파장을 불러왔다.
같은 날 한덕수(韓悳洙)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정례브리핑에서 “집값은 공급 확대에 의해 해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해 신도시 건설에 힘이 실리는 듯했다.
신도시 건설이 과연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인지에 대한 뜨거운 논란이 이어졌다.
하지만 사흘 뒤인 13일 청와대는 “신도시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이를 부인했다. 청와대는 또 “17일 노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부동산 관련 회의가 부동산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의견을 듣는 자리일 뿐”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이튿날 국회에 나선 추 장관도 “신도시 건설은 전혀 검토한 바 없다”며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
○ 교통정리 필요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金鉉我) 부연구위원은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은 좋지만 이를 모두 정책에 쓸어 담으려다 보면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며 “정부 여당 청와대가 의견을 조율한 뒤 효과적인 정책을 내놓을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실거래가 신고제 의무화를 담은 ‘부동산중개업’ 처리가 국회의원들의 반발로 지연되고 있다”며 “새로운 대책 개발보다는 그동안 정부에서 추진해 온 대책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이 협조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