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투기 광풍(狂風)’이 경남 창원시를 휩쓸고 지나갔다.
전국에서 작전세력과 ‘떴다방’이 몰려 활개를 쳤으며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일시에 움직였다. 1060실 분양에 4만362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38대 1을 기록한 오피스텔 청약전쟁은 끝났지만 후유증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누구 책임인가=창원시 두대동에 창원컨벤션센터(CECO)를 건립한 창원시는 컨벤션센터 ‘연계 시설’이라며 1060실의 ‘더 시티 7 자이’ 오피스텔을 부동산 개발업체인 ㈜도시와 사람(대표 하창식)에 허가했다.
컨벤션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컨벤션센터에는 쇼핑몰과 호텔 등이 연계시설로 건설돼 있지만 대형 오피스텔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창원지역에 오피스텔이 많이 남아도는데다 CECO 바로 옆에 특급호텔 건립이 계획돼 있어 별도의 오피스텔 허가는 이상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
도시와 사람은 ‘주거용 오피스텔’ 등으로 자료를 배포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일부에서는 ‘오피스텔 로또’, ‘수 천 만 원대 프리미엄’ 등 부동산 업계의 표현이 그대로 보도됐다.
창원시가 뒤늦게 ‘오피스텔은 주거 전용이 아니다’는 등 진화에 나섰으나 투기열풍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작전세력과 이동식 중개업소에 대한 단속도 소극적이었다.
▽남은 문제는=분양권을 대량으로 매입한 ‘큰 손’들이 프리미엄을 얹어 되판 뒤 빠져나가면 피해는 소규모 투자자를 비롯한 지역주민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이들 작전세력은 프리미엄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주거전용으로 적합하지 않은데다 실수요자가 적어 매물이 일시에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투기붐이 빠르게 냉각되면서 ‘막차’를 탄 사람이 고스란히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분석.
일조권과 조망권을 침해당하는 인근 주택가 주민들의 민원으로 공사가 일정대로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이들은 허가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감사를 청구해둔 상태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