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쑤시개로 작은 점을 찌르는 놀이를 하는 어린이의 고사리 손. EBS ‘교육이 미래다-두뇌 전쟁의 비밀, 손’에서는 손동작이 정교할수록 사고력도 비례해서 높아진다는 사례들을 소개한다. 사진 제공 EBS
포크를 쓰는 민족보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이 머리가 좋다는 속설이 있다. 그렇다면 젓가락으로 콩자반을 집어 먹는 한국인의 두뇌는?
EBS는 17일 밤 10시 손놀림과 두뇌활동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는 연중기획 ‘교육이 미래다-두뇌 전쟁의 비밀, 손(手)’(연출 오훈식)을 방영한다. 지난해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는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 배아(胚芽)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 그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국인을 제외하고 누가 쇠젓가락으로 콩을 집을 수 있겠는가”라며 한국인의 손재주를 자랑했다. 난자에서 핵을 집어내는 작업은 섬세한 손재주가 없으면 어려운 일이기 때문.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한국, 일본, 중국 등의 약 15억 명이 젓가락을 사용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손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과 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조사했다. 제작진을 이를 밝히기 위해 초등학교 1학년생 4명에게 나무젓가락, 포크, 쇠젓가락을 사용하게 한 후 뇌파를 조사했다. 실험 결과 쇠젓가락을 사용할 때 집중력이 가장 높았고 기억력과 정서를 담당하는 측두엽이 30∼50% 이상 활성화되는 것이 포착됐다.
그림 퍼즐 맞추기 능력, 발표 능력에서 피아노 연주 등 손가락을 많이 사용한 어린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40% 정도 더 뛰어나다는 능력을 보였다는 연구결과도 소개한다. 젓가락을 쓰려면 손과 관련된 수십 개의 근육과 관절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포크를 사용하는 것보다 2배 이상의 자극을 대뇌에 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젓가락을 사용하면 뇌 활동이 촉진되고 머리도 좋아진다는 것.
취재진은 또 수업 중에 바느질을 가르쳐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경기 과천시 공동육아조합의 ‘열리는 어린이집’과 종이접기, 공기놀이, 십자수 등으로 사고력을 높이는 서울 군자초등학교의 클럽활동, 젓가락 기능장을 뽑는 인천 주안초등학교 등 학생들의 정교한 손놀림 동작을 키우기 위해 별도의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현장을 소개한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오훈식 PD는 “전 세계 지능지수(IQ) 테스트에서 한국이 2등을 차지했고 1∼5위까지가 젓가락을 사용하는 아시아 국가에서 배출됐다”며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손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