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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眞骨’ 노무현 사람과 ‘雜骨’ 공무원들

입력 | 2005-06-17 03:21:00


감사원이 행담도 개발 의혹사건 관련자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요청하면서 ‘청와대 사람들’은 모두 제외시켰다. 문정인 전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 정찬용 전 인사수석비서관, 정태인 전 국민경제비서관이 그들이다.

감사원은 오점록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과 공동 정범이라고 보고 이들에 대해서는 수사를 검찰에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공기업 사장을 사실상 조종한 청와대 사람들에 대해서는 ‘부당하고 부적절한 측면이 있지만 범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며 면죄부를 주었다. 감사원이 발표한 내용만 보더라도 도공이 행담도개발㈜의 채권 발행 승인을 거부하자 문 위원장과 정 비서관이 ‘직접’ 중재에 나서 도공을 압박했다. 문 위원장은 행담도개발㈜을 적극 지원했고, 아들은 그 회사에 취직했다.

청와대 측 세 사람에 대해 감사원은 ‘이미 퇴직해 형사상 신분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퇴직했다고 해서 형사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감사원은 형사책임을 묻는 곳도 아니다.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면 형사책임에 대한 판단은 검찰이 한다. 감사원이 개발 프로젝트를 ‘정 전 수석의 포괄적 직무’라고 판정했으니 앞으로 하부기관의 권한 남용행위는 어떻게 감사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행담도개발㈜이 미국 시장에서 발행한 채권 8300만 달러를 우정사업본부와 교직원공제회가 모두 매입하는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은행과 증권회사의 직원도 감사원에 의해 수사대상으로 분류됐다. 배후는 밝히지도 않고 힘없는 심부름꾼만 잡은 감사다.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 의혹사건에서도 공무원들만 구속 기소되고 이광재 의원은 빠졌다. 왕영용 철도공사 전 사업개발본부장은 “이 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몸통을 자처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행담도 사건도 ‘몸통’은 사라지고 ‘깃털’만 법정에 선 유전투자 사건의 복사판이 되는 것인가. 대통령 사람들은 진골(眞骨)이고 공무원은 잡골(雜骨)이라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