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 중인 크리스토퍼 힐(사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16일 “미국과 북한 간에 양자대화가 활성화되면 인권 문제가 중요한 의제 중의 하나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송민순(宋旻淳) 외교부 차관보와 회담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밝혔다. 이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고, 탈북자 출신인 강철환 조선일보 기자를 만나 북한 인권 상황에 우려를 표명한 뒤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송 차관보는 이날 힐 차관보와의 회담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은 다 알고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북한 인권 상황이 얼마나 나쁘냐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개선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이해를 구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밝혔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미국은 다른 나라와 관계정상화를 할 때 인권 문제를 고려한다”고 말해 향후 이 문제가 북-미 간 관계 개선에 장애가 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언론사 정치부장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와 미국의 생각이 다른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 처지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힐 차관보는 송 차관보와의 회담에서 “일부에선 마치 미국이 남북관계의 진전에 환영보다는 유보적인 생각이 있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고 유감을 표시한 뒤 “미국은 공식적으로도, 그리고 내부적으로도 남북대화를 적극 지지하고 환영한다”고 말했다고 송 차관보가 전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