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방북한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17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전격 면담했다.
우리측 현직 통일부 장관이 김 위원장과 독대한 것은 2000년 9월 박재규(朴在圭) 당시 장관 이후 5년 만으로 1년 가까이 표류 중인 북핵 6자회담과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 지 주목된다.
이 면담은 이날 오전 북측의 면담결정 통보에 따라 정 장관이 김 위원장을 예방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정 장관은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숙소인 백화원초대소를 출발, 모처에서 김 위원장과 단독 면담한데 이어 오찬을 함께 했다.
이날 오찬에는 김 위원장이 "과거에 만났던 지인들을 만나고 싶다"며 초청한 6.15 공동선언에 기여한 임동원ㆍ박재규 전 통일부장관, 최학래 한겨레신문 고문, 김보현 전 국가정보원 3차장 등이 정 장관과 함께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남측 민간대표단에서도 참석자가 있었지만 인적사항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앞서 대표단 대변인인 김홍재 통일부 홍보관리관은 오전 9시 15분께 긴급회견을통해 "오늘 정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면담이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면담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친서나 구두 메시지를 김 위원장에게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장관은 전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지난 11일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노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를 전달한 만큼 이날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설명과 제안 등이 이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핵 포기시 체제안전을 보장하고 북ㆍ미간 '보다 정상적인 관계'로 개선을추진한다는 한미정상회담의 합의내용에 대한 세부 설명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북핵문제 해결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제안'을 마련하겠다는 우리측 입장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제안이 이뤄졌을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이 김영남 위원장으로부터 우리측의 세부 설명이나 제안을이미 전달받고 답변을 주기 위해 면담 자리를 마련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럴 경우 김 위원장이 6자회담 복귀 시기 등 북핵 문제에 대한 북측의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전날 김영남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최근 노 대통령의 순방외교 등 우리측이 기울여온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노력을 설명하고 각측이 유익한 방향에서핵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김영남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북한의 체제와 제도를 인정하면 북한도미국을 우방으로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이 이끄는 당국 대표단은 이날 오후 전세기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을 떠나인천공항에 오후 5시30분께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