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단원들이 16일 경기 고양시 덕양어울림누리 연습실에서 부지휘자 아릴 레머라이트의 지휘로 개편 후 첫 정기연주회 연주곡인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7번을 연습하고 있다. 유윤종 기자
“자, 여기선 모두들 타악기가 오페라의 프리마돈나라고 생각하고, 타악기의 템포에만 맞춰주세요. 저를 볼 필요도 없습니다, 하나, 둘!”
16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어울림누리 지하연습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부지휘자 아릴 레머라이트의 지휘 아래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7번을 맹연습 중이었다. 서울시향은 17일에 이어 1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재단법인화 후 첫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정명훈 씨를 음악고문(내년부터 음악감독)으로 영입하고 5월 오디션을 통해 기존 단원 96명 중 35명을 퇴직시키는 등 대대적으로 개편한 후 달라진 모습을 선보이는 자리인 만큼 단원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로 예정된 연습이 매일 오후 7시까지로 연장됐지만 금관 등 몇몇 파트는 밤 10시까지도 남아 연습에 여념이 없어요. 예전과 달리 악보를 다투어 집에 가져가서 남는 악보가 없습니다.” 악단 관계자의 귀띔이다.
“기존의 악단을 손보고 조련해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은 매우 흥분되고 보람 있는 작업이에요. 그 흥분에 이끌려 동참했습니다.”
이번 연주회를 지휘하는 레머라이트 씨는 “첫 정기연주회에서부터 청중이 이런 흥분과 긴장감을 직접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노르웨이 출신으로 최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 등 세계 1급 오케스트라를 연속 지휘하며 유망주로 각광받아온 그는 “악단의 조련사 역도 겸하고 있는데, 정명훈 음악고문과 음악적 지향이 같은가”라는 질문에 “데뷔 직후 유럽에서 여러 차례 정 씨의 보조지휘자를 맡아 그의 의도를 잘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과연 소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대부분의 단원은 혹 오디션을 통해 퇴직한 단원들에 ‘실례’가 될까봐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한 단원은 “확실히 소리에 안정감이 생겼으며 악단원 대부분도 스스로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17일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도 인터넷 게시판 등에 비슷한 반응을 남겼다.
18일 공연은 오후 7시 반. 1만∼3만 원. 02-399-1741∼7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