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1999년부터 시작한 ‘두뇌한국(BK)21’ 사업이 2005년에 1단계가 종료되면서 2단계 사업의 추진 방향이 대학 사회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BK21 사업은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하여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구축을 통한 우수 대학원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시에 대학의 학부 학생 감축 및 입시제도 개선 등 대학의 구조조정과 개혁을 추진하였다. BK21 사업은 우리 정부 수립 이래 학부 과정이 아닌 대학원을 지원하는 획기적인 정책이다. 대학 서열화 문제, 참여 대학과 비참여 대학의 갈등, 선정과정에서의 논란 등 비판적 시각도 있었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연구 업적 및 인력 양성 효과는 가시화되고 있다.
매해 2000억 원의 예산으로 추진되는 BK21 사업을 통하여 지금까지 4만5028명의 대학원 학생이 지원받았으며, 세계 수준의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이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1999년에 연간 3765편이던 논문은 5년 만에 7447편으로 거의 2배로 증가되어 우리나라의 전체 SCI급 논문 1만7785편 중 42%를 점유하였다. 정부의 연구개발비가 연간 7조 원임을 고려할 때 2000억 원에 불과한 연구비로 이 같은 실적을 거둔 것은 BK21 사업의 효율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BK21 사업은 종래의 단기간 일회성 연구비와 달리 대학 사회에 경쟁적인 연구풍토 정착과 경제적으로 취약한 대학원 학생들에 대한 장기간 지원으로 대학의 안정적인 연구기반 조성을 이룩하였다. 최근 우리 국민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황우석 교수팀의 세계적인 연구업적 등은 물론 실험실 창업을 통하여 코스닥에 상장되어 2000억 원 이상의 시장가치를 가진 에스엔유프리시전 등은 BK21 사업에서 양성한 우수 인력의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1단계 BK21 사업에서 지역 간, 대학 간 균형을 중시하면서 ‘선택과 집중’의 원칙이 충실히 지켜지지 못하여 소위 ‘나눠 먹기’라는 따가운 비판이 있었다. 또한 많은 대학의 참여를 고려한 연합사업단 체제의 비효율성, 초기에 참여하지 못한 대학의 중간 진입 불가능으로 인한 7년 사업기간 중의 상실감 증대 등은 1단계 사업에서의 아쉬운 점으로 남아 있다. 2단계 BK21 사업은 1단계 사업에서 노출된 문제점을 충실히 보완하여 날로 치열해지는 국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우수 인력을 양성하는 사업으로 출범해야 한다.
우수 인재 확보 노력은 우리나라보다도 외국 대학에서 집중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풍부한 연구비와 교육연구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 대학은 시장 논리에 기반을 두고 과감한 대학 내부의 구조조정은 물론 대학 사회의 치열한 경쟁 논리를 도입하여 전 세계 우수 인력들을 흡수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BK21 사업과 유사한 COE(Center of Excellency) 사업을 펴고 있는데 소수의 대학을 선정하여 일본의 미래 과학기술을 이끌어 갈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중국은 1998년 5월부터 BK21 사업과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98-5공정(Project 98-5)을 통하여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고 있다. 1차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베이징대와 칭화대에 2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투입했고 2차로 상하이 지역의 푸단대에 1억4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등 소수의 대학을 선정하여 핵심 과학기술분야의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2단계 BK21 사업은 대학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를 걸머질 핵심 인재를 양성한다는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 사회의 인력 수요 등을 감안하고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전국 대학의 치열한 경쟁과 대학 내부의 과감한 개혁을 유도해야 한다. BK21 사업을 통하여 양성된 대학원생들이 창의력과 국제 경쟁력을 축적하여 우리나라가 대망의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여는 주춧돌이 되어야 한다.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21세기를 이끌어 갈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2단계 BK21 사업은 국내용이 아닌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을 육성해야 한다.
한민구 서울대 공대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