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은 부동산정책의 총체적 실패를 인정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수요 억제와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시장(市場)도, 경기(景氣)도 살리지 못하면서 양극화(兩極化) 확대 등 부작용만 키운 점을 뒤늦게나마 시인하고 8월 중에 새 대책을 내놓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열린 ‘당-정-청(黨-政-靑) 부동산정책 간담회’에서 정책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한 것은 ‘보다 현실적이고 시장원리에 맞는’ 정책으로 선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대부분의 회의 참석자들은 그동안의 무리한 정책이 투기심리를 잡기는커녕 정책의 신뢰 상실 위기를 불렀다고 진단하고, 이 때문에 부동산시장에 과도한 거품이 생겼으며 최종적으로 심각한 경제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진작 이런 인식을 했어야 했다.
노 대통령이 말한 공급 확대와 서울 강남 수요의 분산을 위한 정책은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판교 신도시의 중대형 아파트 공급 확대도 서울 강남의 중대형 수요를 흡수하면서 집값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서울 강북 등 기존 도시의 주거와 교통, 교육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조치도 집값 양극화의 해소를 위해 긴요하다. 중대형 민영주택과 소형 공공주택의 공급을 함께 늘리면 시장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주택 문제와 집값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투기이익 환수를 위한 과세(課稅)는 과격하고 무리한 수준으로 해서는 곤란하다. 무차별적인 부동산세 중과(重課)는 투기와 무관한 중산층과 서민의 고통을 더 키울 것이다. 거래세를 대폭 내려 주택거래 위축에 따른 실수요자의 피해도 줄여야 한다. 일부 당국자가 주장한 주택거래 허가제나 분양권 전매 완전 금지 등 초강경 억제책은 효과보다 후유증을 더 키울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논란이 있었던 서울 강남 재건축 완화와 새로운 신도시 건설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바란다. 소득계층별, 지역별 주택 수요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에 맞춘 공급 대책을 펴야 중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을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