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부 여야 의원이 내년 10월 1일부터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를 시작하자는 내용의 초당적 결의안을 16일 미 하원에 제출했다.
이번 결의안은 이라크전쟁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는 와중에 제출돼 철군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최근 AP가 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41%만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 수행 방식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의 월터 존스, 론 폴 의원과 민주당의 닐 애버크롬비, 데니스 쿠치니치 의원이 발의한 결의안은 부시 대통령이 올해 말까지 철군 계획과 후속조치를 발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도 이 결의안에 서명했다.
공화당 의원까지 서명한 철군 결의안이 제출되기는 처음이다. 당초 이라크전을 강력 지지했던 공화당의 보수파 존스 의원은 “이라크에 민주주의의 기회를 부여한 만큼 이라크의 운명을 이라크인에게 넘겨줘야 한다”며 “우리는 미국 국민에게 토론의 장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하원 전체회의의 승인을 얻어야 하나 다수당인 공화당 지도부가 철군 일정 설정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통과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또 미 하원은 여론의 악화와 철군 결의안 제출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군사작전을 위해 행정부가 요청하지도 않은 450억 달러의 예산을 추가 승인할 전망이다.
백악관은 이 결의안에 대해 즉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인위적 철수일정 설정은 테러리스트들과 이라크인, 주둔 미군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