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속의 동물 상징 이야기/박영수 지음/334쪽·1만2000원·내일아침(중고생)
◇유물 속에 살아있는 동물이야기1∼3/박영수 지음/각권 168쪽 내외·각 권 8500원·영교출판(초등 3, 4학년)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은 중국 송나라에서 조선으로 건너왔다. 원래 중국 속담에서는 가죽을 남기는 것은 ‘호랑이’가 아닌 ‘표범’이지만(豹死留皮 人死留名) 조선에 들어오면서 호랑이로 바뀌었다. 중국에서는 표범을 높이 친 반면 우리는 호랑이를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
이처럼 문화 풍속에는 그 나라의 민족성이 담겨 있다. 저자는 유물에 새겨진 각종 동물 무늬의 의미를 짚어봄으로써 우리 역사 속의 문화 탐험에 나선다.
봉황무늬는 고구려와 백제 유물에서 많이 나타나고 신라 유물에는 용이 주로 등장했으며, 불가사리는 조선 유물에만 있다. 여기에는 어떤 상징이 숨어 있을까?
이 책은 크게 ‘상상의 서수(瑞獸·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어지는 동물)’ ‘짐승’ ‘새·물고기·기타’ 등 세 부분으로 구분돼 있지만 차례대로 읽지 않고 관심 가는 동물부터 골라 읽어도 관계없다.
기린을 왜 ‘용마’라고도 부르는지, ‘박쥐’라는 말은 어떻게 유래됐는지 등 각 동물의 어원부터 시작해 ‘서양의 피닉스와 봉황은 어떻게 다를까’ ‘과거시험을 공부하는 선비들은 왜 원숭이 연적과 같이 원숭이가 들어간 문방구를 좋아했을까’ 등 각 동물과 관련된 여러 가지 궁금증을 재미있게 풀었다. 이런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 고미술품을 보는 눈도 한 뼘쯤 자라는 것 같다.
조선시대 화가로 유명한 장승업의 ‘죽원양계’를 보자. 맨드라미가 피어 있는 마당에서 닭들이 한가로이 모이를 쪼는 이 그림은 평화로운 농촌 풍경화 같지만 실제는 ‘지속적 출세’를 기원하는 상징화다.
이 그림을 읽어 내는 핵심은 닭과 맨드라미다. 수탉의 볏은 모양이 관모(冠帽)같이 생겼다고 해서 ‘벼슬’이라고도 한다. 한자어로는 ‘닭의 관’이라는 뜻인 ‘계관(鷄冠)’. 맨드라미는 꽃 모양이 닭볏 같다고 해서 한자로 ‘계관화(鷄冠花)’로 불린다. 여기에서 착안해 닭과 맨드라미는 출세를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닭과 맨드라미는 그림 속에서 나란히 놓이지 않고 반드시 위 아래로 배치됐다. 닭과 맨드라미 모두 벼슬을 상징하므로 위 아래로 배치하면 ‘관상가관(冠上加冠·관 위에 관을 얹는다)’이 된다. 즉, 더 높은 관직으로 올라감을 상징하는 것이다.
저자는 같은 내용을 중고교생용과 초등학생용으로 나누어 출간했다. 초등학생용은 글자체를 키우고 어려운 단어를 쉽게 풀어쓰면서 ‘∼했을까요?’ 식의 경어체를 사용해 분량이 3권으로 늘어났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