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테크의 박승배(동생·오른쪽) 사장과 박영배 이사는 형제다. 이들은 인터넷 비밀번호 해킹을 막는 기술을 개발했다. 원대연 기자
“1년 동안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는데 사고가 터지니까 찾는 곳이 생기더군요.”
벤처기업 신비테크의 박승배(朴承培) 사장과 박영배(朴永培) 이사는 형제다. 박 사장이 동생이고 박 이사가 형이다. 형제는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신기술을 1년 전에 개발했지만 지금까지 기술이 필요한 은행이나 기업과 만날 수 없었다.
최근 인터넷 금융거래 해킹 사고가 일어나고 나서야 은행에서 상담 요청이 왔고 한국기술거래소에서 기술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형인 박 이사는 “회사가 있는 광주에서 한 달에도 10번씩 서울에 올라왔지만 그동안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며 씁쓸해했다.
기술을 개발한 것은 동생인 박 사장. 전남 초당대 컴퓨터학과 교수인 박 사장은 2002년 회사를 세운 뒤 ‘역동인증체계(DAS)’라는 비밀번호 입력 기술을 개발했다.
박 이사는 2003년 서울의 증권사를 그만두고 동생 회사에 영업이사로 합류했다. 그는 “우리는 기술 하나만 있는 회사인데 사장은 기술자가 해야 한다”며 자청해서 동생의 ‘부하직원’이 됐다.
박 사장은 “DAS를 사용하면 최근 벌어진 ‘키보드 가로채기’ 방식의 해킹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키보드 가로채기’ 해킹은 사용자가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 어떤 숫자를 입력하는지 다른 컴퓨터에서 알아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특히 해킹 프로그램을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힘들이지 않고 범죄로 이어진다.
신비테크가 개발한 DAS 방식은 화면에 0에서 9까지 번호판을 나타낸 후 번호를 누를 때마다 배열이 바뀐다. 사용자가 어떤 숫자를 클릭했는지 해커가 알 수 없게 한 것. 특히 마우스로 화면을 클릭하기 때문에 키보드는 아예 안 쓴다.
박 사장은 “기술을 개발하고도 사장(死藏)시키는 벤처기업이 우리말고도 많을 것”이라며 “기술과 실력이 있는 지방 벤처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대책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