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육군 최전방 감시소초(GP)에서의 총기난사 사건은 군 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사건 정황 곳곳에서 적잖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건 당시 김모 일병은 근무가 끝나기 15분 전 함께 근무 중이던 선임병에게 교대근무자를 깨워 오겠다며 경계초소를 혼자 빠져 나갔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들은 GP 근무수칙 상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 통상 야간 교대근무자를 깨우는 일은 취침 중 1시간씩 내무반에서 근무하는 불침번이나 내무반 옆 상황실에서 근무하는 상황병의 역할이기 때문.
따라서 사건 당시 상황병 등이 정상적으로 근무 중이었다면 김 일병의 ‘무장 출입’을 제지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육군 측은 “사건 발생을 전후해 불침번이나 상황병의 구체적인 근무 실태에 대해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허술한 총기 및 탄약 관리실태도 도마에 올랐다. 사건 당시 김 일병은 초소에 실탄 25발들이 탄창 1개가 장전된 자신의 K-2소총을 남겨 뒀지만 수류탄 1발과 다른 2개의 탄창은 소지한 상태였다.
GP 근무 후에는 소초장이나 상급자에게 실탄과 수류탄을 반납한 뒤 내무반에 들어가는 게 근무수칙이나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또 김 일병은 내무반에 있던 동료 부대원의 K-1소총을 훔쳐 자신이 갖고 있던 탄창들을 끼워 난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통상 일반 군부대에선 내무반의 총기 보관함에 자물쇠를 채워 뒀다가 총기 관리자가 근무자에게 총기를 지급한다.
그러나 GP에선 잠금장치를 하지 않은 채 내무반에 총기를 보관하다 보니 누구나 쉽게 총기에 접근할 수 있도록 관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육군 관계자는 “북한군과 대치 중인 최전방 초소이므로 유사시 즉각 조치를 위해 별도의 잠금장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김 일병이 붙잡힌 대목도 석연치 않다. 육군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지 10여분 후 후임 소초장인 이모 중위는 전 부대원을 GP 옥상에 집결시킨 뒤 김 일병을 비롯해 군복을 입고 있던 5명을 수상히 여겨 별도로 구금했고, 이후 총기가 뒤바뀐 김 일병을 추궁해 범행을 자백 받았다는 것.
그러나 불과 10여분 전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김 일병이 현장에 유유히 나타나 아무런 저항 없이 자백한 구체적인 정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이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사건 처리 과정에서 지휘 계통의 과오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