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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뿌리읽기]立(설 립)

입력 | 2005-06-20 08:37:00


立은 갑골문에서 팔을 벌리고 땅(一)에 ‘선’ 사람을 그렸으며, 立을 둘 합친 竝(幷·나란할 병)으로 ‘나란하다’는 의미를 그렸다. 또 位(자리 위)는 사람(人·인)이 서 있는(立) 자리라는 뜻이다.

이처럼 立은 ‘서다’가 원래 뜻이다. 그래서 站(우두커니 설 참)은 자리를 차지하고(占·점) 서 있음(立)을 말한다. 하지만 원나라 이후 몽골어 ‘잠(jam·역)’의 번역어로서 말을 갈아탈 수 있는 곳(驛站·역참)을, 지금은 기차역이나 정류소까지 뜻하게 되었다. 또 竭(다할 갈)은 목이 말라 입을 크게 벌리고(曷·갈) 선 사람(立)으로부터 기력이 소진한 상태를 그렸다.

또 端(바를 단)은 몸을 곧게 편 모습을 말하는데, (단,천)(시초 단)은 원래 돋아나는 싹과 뿌리를 그려 ‘시초’나 ‘發端(발단)’이라는 뜻을 그렸다. 이후 곧게 자라나는 식물의 싹으로부터 ‘곧다’는 의미가 나왔다. 그래서 端은 꼿꼿하게((단,천)) 선 사람(立)처럼 端正(단정)하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竟(다할 경), 章(글 장), 童(아이 동) 등은 사실 立과 관계없는 글자들이다. 竟은 악기(音·음)를 부는 사람(인·인)의 모습이고, 악기의 연주가 끝나다는 뜻에서 ‘끝’의 의미가 나왔다. 여기서 파생된 競(겨룰 경)은 竟이 둘 합쳐져, 두 사람간의 연주 경쟁을 나타냈으며 이로부터 ‘다투다’의 뜻이 나왔다. 또 境(지경 경)은 영토(土·토)의 끝(竟)이 바로 경계이자 국경이라는 의미이다.

또 章을 ‘설문해자’에서는 악기(音·음)와 숫자의 끝(十·십)이 더해져, 음악이 끝나는 樂章(악장)을 말한다고 했다. 하지만 금문에 의하면 문신 새기는 칼(辛·신)과 옥을 그려 옥에 새긴 무늬를 말했다. 이로부터 ‘무늬’, ‘도장’, ‘글’의 뜻이, 다시 글이 끝나는 ‘장(chapter)’의 뜻까지 나왔고, 그러자 彰(뚜렷할 창)으로 원래의 ‘무늬’를 표현했다.

童은 문신 칼(辛)과 눈(目·목)과 소리부인 東(동녘 동)으로 구성되어, 반항력을 줄이고자 한쪽 눈을 칼로 도려낸 남자 노예 ‘아이’를 그렸는데, 지금처럼 줄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