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지오코리아가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수벽치기 연수원을 찾은 사람들이 수벽치기를 연마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는 ‘수벽치기’ 연수원이 있다. 한국 전통 무예인 수벽치기를 무료로 배울 수 있는 이곳은 위스키 윈저, 조니워커로 유명한 디아지오코리아가 2003년에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주류회사인 디아지오코리아와 수벽치기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회사의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 있다. 외국계 술 회사는 제품이 잘 팔려도 ‘착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얻기 힘들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품 자체를 마케팅하기보다는 한국인의 정서를 공략한다는 것.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인의 심장을 조준한’ 문화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대중적으로 약간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기업일수록 한국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전략이다.
○ 한국인의 감성을 울려라
한국암웨이는 한국문학진흥재단과 함께 ‘암웨이 청하문학상’을 제정해 우수 한국문학 작품을 발굴하고 있다. 13년 전통의 이 문학상은 아동문학, 시, 소설 중 외국어로 번역할 만한 우수 작품의 작가들에게 주는 것으로 2003년부터 후원하기 시작했다.
또 ‘다단계 판매업체’라는 일부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고 ‘한국에 도움을 주는 기업’ 이미지를 심고자 산간벽지 초등학교에 놀이터를 지어주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류회사 진로발렌타인스는 국악 후원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 회사 데이비드 루카스 사장은 “소주와 전통주가 강세인 한국 시장에 뿌리내리기 위해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면서 감성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며 국립국악중고교에 2002년부터 매년 2억 원의 장학금을 준다.
정보저장장치 제조업체인 한국EMC는 프랑스에 있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이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자 이를 한국에 되찾아오자는 운동을 본격적으로 후원하기 시작했다.
정보기술(IT)업체인 한국HP는 한국의 사진작가 그룹을 후원해 지난달 경기 파주시 헤이리에서 웨딩페스티벌을 열고 결혼사진을 찍은 사람들에게 무료로 사진을 출력하게 하는 등 한국의 사진작가 지원에 여념이 없다.
○ 비용 들어도 효과가 더 크다
이들 기업은 해당 사업을 위해 연간 1억∼3억 원을 들이지만 크게 아까워하지 않는다.
결실이 당장 눈에 보이진 않아도 장기적으로 큰 효과를 보리라는 기대 때문.
나무를 베어 제품을 만드는 유한킴벌리가 20년이 넘게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표어를 앞세워 나무심기에 앞장서면서 오히려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갖게 된 사례가 이들이 생각하는 모델이다.
한국암웨이 이용일 차장은 “1990년대 한국에 상륙한 이후 소비자단체의 공격을 받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요즘은 복지재단들이 오히려 먼저 사업을 함께 하자고 연락을 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