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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修交40년에 ‘냉랭하게 스쳐간’ 한일 頂上

입력 | 2005-06-21 03:14:00


한일국교 정상화 40주년의 날을 이틀 앞두고 어제 열린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견해차를 재확인했다. 서로 ‘할 말만 한’ 회담이었다.

노 대통령은 ‘철저한 과거사 인식’을, 고이즈미 총리는 ‘평화에 대한 의지’를 각각 강조했다고 한다. 대좌한 2시간 중 1시간 50분 동안 계속한 과거사 대화에서 두 정상은 독도 영유권과 역사교과서 문제, 신사참배 등에 대해 평행선을 달렸다.

최근의 한일 갈등은 일본이 먼저 씨를 뿌렸다. 그런 가운데 강경 발언들이 악순환하면서 관계를 더욱 냉각시켰다. 양국에서 전후(戰後)세대 지도자들이 전면에 나서고 동북아지역에서 민족주의 파고(波高)가 높아진 것도 배경이다. 양국 정치권은 이런 분위기를 국내정치에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편협한 민족주의가 충돌하기만 해서는 어느 쪽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독도의 영유권 문제가 국제 분쟁화하는 것은 타당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역사교과서 문제는 일본 시민단체들의 협조를 얻어 우익교과서의 채택률을 낮추는 것이 현실적이다. 신사참배 중단은 고이즈미 총리가 자발적으로 결단해야 한다.

두 나라 정부는 서로 고압적 자세를 경합(競合)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양국의 국익에 윈윈의 결과를 낳을지를 냉철하게 교량해 접점을 찾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 당장 양국 간에는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공조가 절실한 과제다. 자유무역협정(FTA) 추진도 시급하다. 양국이 갈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협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상생(相生)의 이익이 더 크다.

무엇보다 두 나라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고, 월드컵 공동개최를 통한 협력의 경험과 한류(韓流)로 상징되는 풀뿌리 차원의 신뢰도 축적되고 있다. 회담에서 두 정상은 ‘하고 싶은 말’을 솔직히 했다고 한다. 이제부터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해야할 일’을 찾는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