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이상경(李相京)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사퇴로 공석이 된 헌재 재판관 후보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대리인단에서 활약했던 조대현(曺大鉉·53·사진) 변호사를 내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변호사’가 헌재 재판관에 내정돼 헌재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9월부터 이어지는 대법관 인사도 ‘코드 맞추기’로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9월부터 내년 7월 사이에 대법관 14명 중 10명이 임기만료와 정년 등으로 교체된다.
조 변호사는 조만간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표결을 거쳐 대통령에게 추천된다.
노 대통령의 사법시험 17회 동기인 조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시절 노 대통령을 포함해 가까운 동기생들로 이뤄진 ‘8인회’ 멤버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사석에서 조 변호사에게 “내가 대통령이 되면 네가 대법원장을 하라” “동기 중 가장 존경하는 법조인” 등의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 3월 노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때 노 대통령의 대리인단으로 참여했다.
일부 법조인들은 “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를 헌재 재판관으로 내정한 것은 여당과 청와대가 지난해 수도이전 위헌 결정 등으로 헌재에서 혼이 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이번 인사는 대통령의 뜻을 따르는 사람이 사법부에 포진하는 ‘코드 인사’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가 헌재 재판관이 될 경우 2003년 첫 여성 재판관이 된 전효숙(全孝淑) 헌재 재판관과 함께 사시 17회 중 2번째 재판관이 된다.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나려면 전체 재판관 9명 중 6명의 위헌 의견이 있어야 하는데 조 변호사의 내정으로 헌재의 위헌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면 열린우리당 오영식(吳泳食) 원내 공보부대표는 “조 변호사는 보수적으로 인식돼 온 법조계에서 합리적이고 개혁적 인사로 평가받고 있고 전문성과 능력에 대한 평가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를 나왔으며 1977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육군 법무관을 마치고 1980년부터 서울민사지법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했다. 대법원장 비서실장, 대전고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인사관리실장 등 요직을 거쳤다.
2004년 2월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퇴직해 법무법인 화우에서 변호사로 일해 왔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