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사건 분향소20일 경기 연천군 최전방 감시소초(GP)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성남 일대 부대에서 복무 중인 장병들이 찾아와 유족에게 조의를 표하고 있다.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저도 자식이 있는데….”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은 20일 오후 2시 반경 경기 연천군 최전방 감시소초(GP) 총기난사사건의 희생자 시신이 안치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율동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유족들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죽었는데 이제 어떻게 사느냐”며 항의하자 김 실장은 연방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8명 중 5명이 외아들이다.
고 이태련 상병의 아버지 이찬호 씨는 김 실장에게 “태련이가 다리에 총상을 입었는데 어떻게 숨질 수 있느냐”며 “후송이 늦어 죽은 것인 만큼 진상을 꼭 규명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실장은 할 말을 잃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앞서 국군수도병원을 찾은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개별적으로 마련된 희생자 빈소에도 들르려 했으나 유족들의 반발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어 윤 장관이 승용차를 타고 떠나려 하자 고 차유철(22) 상병의 아버지 차정준(52) 씨가 차 앞에 드러누워 “거짓말만 하는 국방장관이 어디를 가려고 하느냐”고 소리쳤다.
유족 공동대표인 고 조정웅(22) 상병의 아버지 조두하(50) 씨는 “군에서는 수류탄 폭발 당시 5명이 즉사했다고 했는데 시신을 확인해 보니 수류탄 파편 흔적이 있는 시신은 2명뿐이었고 모두 총상이었다”며 “군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총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는 박준영(22) 일병의 고모부 김정남 씨는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다리에 총을 맞고 쓰러진 준영이가 꽤 오랫동안 내무반에 그냥 누워 있었다고 말하는 것으로 미뤄 후송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문희상(文喜相) 열린우리당 의장과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대표 등 20여 명의 여야 국회의원도 조문했으며 저녁에는 허준영(許准榮) 경찰청장도 빈소를 방문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왜 윗사람들이 자꾸 와서 유족들의 속을 뒤집어 놓느냐”며 “돈 많은 사람의 자식들은 면제받고 군대 간 서민들의 자식만 서러울 뿐이다”며 울분을 토했다.
유족들은 이날 오후 1시 반경 헬기를 타고 사고현장을 찾았다.
현장을 둘러보고 온 유족들은 “김 일병의 수양록에는 상병들이 괴롭혔다는 구절이 없었다”며 “만나본 병사들마다 김 일병이 적응을 못한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날 유족들은 국군수도병원 인근에서 밤늦게까지 대책회의를 가진 뒤 사망자 명예회복과 보강수사, 군 부적응자에 대한 제반대책 마련 등 5가지를 정부에 요구했다. 유족들은 이날 밤늦게까지 장례 일정을 잡지 못했다.
성남=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