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尹국방에 거센 항의윤광웅 국방부 장관(왼쪽)이 20일 오전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조문을 마치고 나오던 중 흥분한 유족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윤 장관은 이어 개별 빈소를 조문하려 했으나 하지 못하고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일병 달았으면 군대 생활 끝났냐. 이 ××새끼야.” “고참이 물 퍼내는데 안보이냐, 이 ×새끼야.”
20일 육군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총기난사 사건 발생 이틀 전부터 김동민(22) 일병은 수차례에 걸쳐 선임병들로부터 심한 욕설과 꾸지람을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부대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김 일병은 선임병들의 잦은 인격모독 발언을 견디지 못하고 범행을 결심했지만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다는 것.
특히 17일 취사장에서 막힌 하수구를 뚫는 작업을 하던 신모 상병은 지나가던 김 일병에게 “고참이 작업 중인데 못 봤느냐”고 다그쳤다. “보지 못했다”고 답변한 김 일병은 심한 욕설과 함께 2∼3분간 ‘정신교육’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김 일병은 내무반으로 돌아오는 길에 소대원 모두를 죽여 버리겠다는 결심을 처음으로 했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그를 자극하는 일은 사건 전날인 18일에도 계속됐다. 이날 오후 3시경 농구경기 도중 응원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선임병이 김 일병에게 다시 욕설을 퍼부었다.
육군 합동조사단은 사건 직후 16명의 부대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선임병들이 김 일병을 구타한 일은 없었지만 폭언 4차례, 암기 강요 7차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박철수(준장) 육군 합조단장은 “집단따돌림 수준은 아니지만 부대원들이 김 일병을 제대로 대해주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건이 발생한 최전방 감시소초(GP)는 당시 근무규정을 무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원래 최전방 GP 초소의 경계근무는 2명의 병사가 한 조가 돼 수시간 동안 수개의 초소를 이동하는 ‘밀어내기’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원칙대로라면 사건 당일 김 일병이 속한 근무조는 GP 옥상의 3개 초소를 옮겨가며 경계근무를 해야 했다. 그러나 합조단 조사 결과 해당 GP는 이런 규정을 어긴 채 한 초소에만 머무르게 하는 ‘고정 근무’를 시켰으며 당시 김 일병은 직접 교대 근무자를 깨우러 내무반에 간 것으로 밝혀졌다.
합조단 관계자는 “부소초장이던 최모 중사가 ‘부대원들이 고생한다’며 요청한 데 따라 소초장인 김종명 중위가 임의로 근무방식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당 GP는 과거에도 수차례 토요일을 골라 임의로 근무방식을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상급부대 지휘관들은 감독 소홀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총기 탄약의 부실한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원래 GP 근무자는 상황실에 들러 상급자의 확인 아래 실탄과 수류탄을 지급받거나 반납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사건 당시 비정상적인 근무형태로 인해 김 일병은 무장상태에서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내무반에 들어갈 수 있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