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대통령으로의 복귀를 꿈꾼다. 지나치게 깔끔을 떨고 농담을 좋아하며 과자와 시가를 즐긴다.”
한때 철권통치로 부와 권력을 누렸지만 지금은 죄수 신세로 전락한 사담 후세인(사진) 전 이라크 대통령의 수감생활 얘기다. 그를 감시했던 미군 경비병 5명은 미국 남성잡지 GQ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경비병들에 따르면 후세인은 맛없는 커피를 직접 만들어 먹으며 멕시코풍의 콘칩인 도리토스와 최고급 쿠바산 시가를 즐긴다. 교도소 경내의 새들을 돌보고 매일 화초에 물을 주는 것으로 소일하고 있다. 또 그는 악수한 뒤 손을 씻고 식사 전엔 냅킨으로 접시와 탁자를 닦는 등 지독한 결벽증세를 보였다고 경비병들이 말했다.
후세인은 친근하고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인간적인 면모도 보였다고 경비병들은 회고했다. 미혼인 병사에게는 “지나치게 똑똑한 여자, 나이 든 여자는 피하고 요리와 청소를 잘하는 여자를 고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또 밀월관계였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는 깊은 침묵에 빠지기도 했다.
그는 또 경비병들에게 2003년 3월 미군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당시의 얘기를 하기도 했다. 미군이 대통령 궁을 폭격하려고 할 때 택시를 타고 도망가려고 했지만 “바보 같은 미국놈들이 엉뚱한 궁을 폭격하더라”는 것이다. 자신을 찾아온 이라크 임시정부 관계자들에 대해 “제깟 놈들이 무슨 장관. 나는 아직도 이 나라 대통령이다”고 격분했다고. 또 대통령으로 복귀하면 경비병들을 대통령 궁으로 초대하겠다고 장담했다는 것이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