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더위가 일찍 찾아왔다. 6월 중순인데도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현장에도 더위 비상이 걸렸다. 무더위에 맞서 근로자들의 건강을 지키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산업현장에서는 갖가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 더위엔 얼음이 최고
대우조선해양은 20일부터 점심시간에 얼린 생수(生水)를 모든 생산직 직원에게 나눠주고 있다. 하루 1만8800개씩의 얼린 생수가 불티나게 나간다. 이 회사는 작업장에 제빙기와 냉·온정수기 318대를 마련했고 찬 공기를 넣어주는 ‘스포트 쿨러’도 지난해보다 28대 늘린 176대를 설치했다. 스포트 쿨러 1대의 위력은 160평형 대형 에어컨과 맞먹는다.
삼성중공업 직원들은 ‘에어 쿨링 재킷’으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등산복처럼 생긴 재킷에 냉장고에서 미리 얼려놓은 젤리 형태의 아이스 팩을 넣어 몸을 식히는 옷이다. 2시간마다 아이스 팩을 바꿔주면 체감 온도를 20도 안팎으로 낮출 수 있다. 이 회사도 매일 얼린 생수 1만5000개씩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조선소는 용접 등의 작업 특성상 여름에도 긴소매 옷을 입고 작업을 하는 데다 철제 블록 등 햇볕에 달궈진 공간도 많아 어느 작업장보다 더위에 민감하다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이다.
○ 낮잠에 수당까지
현대자동차는 특히 매년 4월부터 9월까지 ‘고온(高溫) 수당’을 주면서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있다. 작업장 실내 온도와 작업 특성에 따라 수당이 차별 지급되는 것이 특징.
여름이면 매일 오후 2시에 아이스크림을 나눠준다. 울산, 충남 아산, 전북 전주 등 공장에 지붕 온도가 34도 이상 올라가면 자동으로 물이 뿜어져 나와 열을 식혀주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기도 했다.
STX조선은 낮 기온이 29도가 넘는 날은 1시간의 점심식사 시간과는 별도로 ‘낮잠 시간’을 1시간 더 준다. 삼성중공업도 기온이 28.5도가 넘으면 점심시간을 30분 늘려주고 32도가 넘어가면 1시간 더 늘려준다.
○ 보양식, 건강 검진은 필수
용광로 전기로가 있는 제철소도 더위에 민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다음 달부터 의사와 간호사 산업위생사로 구성된 ‘의료팀’이 고열 작업장을 돌며 직원들의 건강을 체크하기로 했다. 에어 쿨링 재킷과 아이스 팩 등 각종 ‘개인 장비’를 지급하는 것은 기본이다.
현대INI스틸은 직원들이 땀을 많이 흘리는 것에 대비해 ‘식염 포도당’을 나눠주고 있다. 알약 형태의 식염 포도당으로 부족해지기 쉬운 염분을 수시로 보충하자는 것.
구내식당의 식단을 ‘보양식’으로 채우는 작업장도 많다.
대우조선은 다음 달부터 매주 3차례씩 한방 소불고기와 한방 닭찜, 인삼추어탕 등 10종의 보양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GM대우차도 삼계탕 등으로 식단을 꾸리기로 했고, 삼성중공업도 영양닭죽, 도가니탕, 갈비찜, 장어수제비 등의 식단을 마련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