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시네와이즈필름
영화 ‘사하라’는 여름을 겨냥해 수입한 영화다. 1억3000만 달러(약 1300억 원)를 들여 만든 이 영화는 ‘인디애나 존스’ ‘미이라’ 등 모험 액션영화의 맥을 잇기에 일단 규모 면에서는 충분한 것 같다. 거기에 페넬로페 크루즈(에바 역)라는 여주인공까지 배우 구색도 갖췄다.
미국 최고의 해저탐험대원인 매튜 매커너히(더크 역)는 아프리카 라고스에서 진행된 유물 발굴 작업 도중 미국 남북전쟁 때 사라진 전함에 실려 있었다는 ‘비밀의 금화’ 한 닢을 발견한다. 이 전함이 사하라 사막에 묻혀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더크는 친구 스티브 잔(알 역)과 함께 말리로 떠난다. 더크 일행은 전염병 역학조사를 위해 말리로 가려는 세계보건기구 의사인 에바 일행을 데리고 간다. 그러나 그곳에는 사악한 음모가 기다리고 있다.
‘사하라’의 미덕은 가볍다는 것이다. 더크와 에바의 로맨스도 가볍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당연히 가볍다. 아프리카 군부독재와 반군, 그리고 산업폐기물을 불법처리하려는 다국적기업 등 국제정치적 의미를 담은 배경도 아무런 부담 없이 녹아든다.
그러나 ‘사하라’는 도대체 1300억 원을 어디에 썼는지 의문이 들 만큼 액션의 규모가 작다. 니제르 강에서 벌어지는 고속 보트 추격 장면이나, 탱크 10여 대와 헬기 1대로 구성된 전투 장면을 빼면 변변한 액션이 없다. 그나마 액션의 시작도 영화가 시작된 뒤 35분을 기다려야만 한다.
스티브 잔의 유머는 영화를 빛내지만 1300억 원짜리가 아니라 130억 원짜리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페넬로페 크루즈의 영어 구사는 아직도 서툴다. 23일 개봉. 12세 이상.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