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별안간, 아무 이유도 없이, 아무나 죽이는 거지? 또 왜 하필 전기톱이지?’ 16일 개봉된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을 보고 든 의문이다. 다행히도 영화 속 얘기지만, 공포영화 속 살인마들의 행동과 심리를 들여다보면 어떤 논리적인 인과관계가 있음을 알게 된다. 최근 살인마에 대한 심리분석을 담은 책 ‘한국의 연쇄살인’을 펴낸 표창원 경찰대 교수의 도움을 받아, 미국 공포영화 속 ‘3대 살인마 캐릭터’로 불리는 ‘레더 페이스’와 ‘제이슨’, 그리고 ‘프레디 크루거’의 범죄 심리를 진단했다.》
○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리메이크)의 ‘레더 페이스(Leather Face)’
▽특징=어릴 적 치명적인 피부병을 앓아 따돌림 당했다. 희생자의 얼굴 가죽으로 만든 가면을 쓰고 다닌다. 엄청난 몸집으로 전기톱을 휘두른다. 부모에겐 아주 순종적이다.
▽진단=정상 남성(XY)보다 Y염색체가 1개 추가돼 XYY인 ‘초남성(超男性) 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신장이 180cm를 넘고, 지능지수가 낮으며, 반사회적이고, 동성애를 선호하기도 한다. 이 증후군은 여드름 등 피부질환이 심한 경우에도 발견된다. 전기톱에 집착하는 건 아이들이 요란한 소리가 나는 장난감을 좋아하는 것과 동일한 심리. ‘심리적인 어린이’인 범인은 전기톱의 위력이 자신에게 더 큰 ‘힘’을 준다고 믿는다.
▽대처=자신을 지배해 온 부모 등 ‘어른’에게 의존적. 마주치면 도망치지 말고 아버지 같이 굵고 거친 음성과 말투(“이놈, 썩 물러나라!”)로 야단을 친다. 살인 행각을 놀이로 여기므로 아이나 강아지를 대하듯 “재미있는 놀이(‘누가 누가 높은 데서 잘 떨어지나’ ‘깊은 물에 뛰어들기’ 등)를 하자”고 구슬리는 것도 방법.
○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
▽특징=거구. 한 희생자가 착용했던 하키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주위의 무관심과 조롱 속에 익사했다가 다시 살아났다. 밀림용 칼(머세티), 도끼, 전정가위, 활, 맨손 등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 섹스 중이거나 섹스를 막 끝낸 남녀를 특히 증오한다.
▽진단=어린 나이에 익사했고, 아들을 위해 복수하려던 자신의 어머니마저 처참히 살해된 충격적 경험으로 ‘해리(解離) 장애’를 겪고 있는 듯. 의식과 기억, 정체성에 대한 지각 능력에 이상이 생겨 인식과 감정이 분리되고 신체에서 정신이 이탈하는 현상. 제이슨이 희생자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피를 흘리면서도 아픈 줄 모르는 건 이 때문이다. 어린 상태에서 심리적 성장이 멈춘 탓에 섹스를 ‘어머니를 더럽히는 일’로 인식해 극도의 혐오감을 보인다.
▽대처=해리증상 탓에 간헐적으로 멍하고 어리둥절해하는 무기력 상태에 빠지는 순간 역공한다.
○ ‘나이트 메어’의 ‘프레디’
▽특징=잠든 아이들의 꿈속에 나타나 면도날 손톱으로 살해한다. 아이들을 납치 살해했다가 사람들에게 가두어져 불에 타 죽은 과거가 있다.
▽진단=아이들의 꿈속으로 들어가 살인한다는 설정을 현실화하면, 아이들에게 최면을 걸어 해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손톱 자체를 흉기 삼아 공격한다는 건 살인행위를 피부로 느끼기를 즐긴다는 얘기.
▽대처=최면에 걸리지 않겠다는 강인한 정신무장이 필요하다. 여의치 않을 경우 경찰 최면수사관의 도움을 받아 ‘역(逆)최면’을 건다. 프레디가 어린 시절 들었던 자장가를 들려주면서 긴장을 이완시킨 뒤 조금씩 과거로 돌아가 자기 인생에서 불안과 공포가 시작된 시기 이전의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도록 유도하는 것.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