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웅 국방장관이 어제 최전방 감시소초(GP) 총기난사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 사건의 충격과 파장으로 볼 때 당연한 귀결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표 수리 여부에 대해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잘못된 판단이다. 즉각 수리해 분노하는 민심부터 달래야 한다. 이번에도 대국민 사과나 지휘계통 문책쯤으로 대충 넘어갈 일은 아니다.
사건의 진상이 아직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윤 장관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참극 발생 닷새째지만 범행 동기와 과정, 어느 것 하나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축소·은폐 수사 의혹과 함께 “군이 숨진 장병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는 원성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노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새 국방장관은 안보관(安保觀)과 군 기강부터 바로 세울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윤 장관은 국방부의 문민화, 군 사법개혁 등을 추진했지만 정작 군의 생명인 투철한 안보의식과 군기 확립은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들었다. 지난해 10월 중부전선 최전방 철책선 절단사건, 육군 장성 진급비리 의혹 사건, 올해 초 육군훈련소의 인분(人糞) 먹이기 사건들이 그 증거다. 군의 기강이 풀리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이 잇달아 벌어질 수 있겠는가.
후임 국방장관은 ‘정권의 코드’나 임명권자인 대통령과의 이런저런 연(緣)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시류(時流)와 정치바람에 휩쓸려 군 조직을 들쑤셔 놓기보다는 군 본연의 정신 자세를 가다듬게 할 인물이어야 한다. 군의 정당한 목소리는 경청하고, 정치권의 부당한 간섭은 단호하게 뿌리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군의 기강이 바로 서고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회복된다.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