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념물기금이 ‘위험에 처한 100대 문화유적지’로 선정한 유적들. 위로부터 아프가니스탄 발크지역의 하지 피야다 이슬람사원, 헤밍웨이가 살던 쿠바 아바나 외곽의 핀카 비히아, 중국 저장 성 둥양의 전통가옥, 에리트레아 수도 아스마라의 시티센터. 사진 제공 세계기념물기금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인 이라크 전체가 21일 세계기념물기금(WMF)이 선정하는 ‘2006년 위험에 처한 100대 문화유적지’ 리스트에 올랐다.
WMF는 웹사이트(www.wmf.org)를 통해 “국가 전체를 통째로 리스트에 올리는 것은 처음”이라며 “전쟁의 포화와 약탈 속에 1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유적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민간 비영리재단 WMF는 1995년 이후 2년마다 이 같은 리스트를 발표하고 있다.
WMF의 보니 번햄 회장은 “미군 특수부대가 이라크 유적지를 경비하기 위해 배치돼 있으나 장병 1000명이 1만 곳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조직적 도굴과 약탈을 막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리스트에 새로 추가된 유적 중에는 20세기 모더니즘 건축물들이 많다.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수도 아스마라의 시티센터는 이탈리아 점령기(1936∼1941년)에 지어진 건물로 아프리카 고원지대에 위치해 독특한 풍경을 이루고 있는데 도시개발의 압력에 밀리고 있다. 브라질의 신도시 브라질리아를 설계한 저명한 건축가 오스카 니마이어가 1975년까지 짓다가 내전으로 중단한 레바논 트리폴리의 국제박람회장은 완전히 방치돼 있다.
뉴욕 맨해튼 중심부 콜럼버스 서클 2번지 건물은 미국 건축가 에드워드 듀렐 스톤이 1960년대 초반 디자인한 국제주의 양식의 건물인데 최근 이를 사들인 예술디자인박물관(MAD) 측이 원형을 훼손하는 리노베이션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살았던 쿠바의 ‘핀카 비히아’ 건물은 낡은 데다 허리케인에 자주 시달려 붕괴 위험에 처해 있다. 헤밍웨이재단이 자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쿠바 정부와 보존에 합의했으나 미국 정부가 경제제재를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이슬람 변방지역의 문화유적지도 새로 포함됐다. 9세기에 지어진 동방 이슬람 세계의 최초 건축물 중 하나인 아프가니스탄의 하지 피야다 사원은 전쟁과 내전 중의 약탈과 높은 습도에 의해 훼손되고 있어 응급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시아권에서는 중국의 간쑤(甘肅) 성 톈수이(天水)와 저장(浙江) 성 둥양(東陽)의 전통가옥, 쓰촨(四川) 성과 티베트자치구의 석탑군(石塔群) 등 5곳이 포함됐다. 한국과 일본의 유적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