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첫 원탁회의제15차 남북 장관급회담 남북측 수석대표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권호웅 내각책임참사가 22일 서울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1차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남북회담이 원탁에서 이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한은 22일 제15차 장관급회담의 첫 전체회의에서 북측의 국군포로 및 납북자와 남측의 비전향장기수를 맞교환하는 것을 포함해 주요 현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주요 논의=이날 회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남측이 국군포로 및 납북자와 비전향장기수의 맞교환을 처음으로 공식 제기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비전향 장기수를 북송하고도 북에 있는 국군포로 및 납북자를 국내로 데려오는 데는 소홀했다는 납북자 가족 및 인권단체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남측은 2000년 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교환방문을 하는 대신 비전향 장기수를 돌려보낸다고 합의, 그해 9월 2일 63명의 비전향장기수를 북으로 돌려보냈다. 정부는 이들을 북송한 뒤 더 이상 비전향장기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비전향장기수 송환추진위원회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30여 명이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현재 휴전 이후 납북된 뒤 귀환하지 않은 사람은 486명이며, 국군포로의 경우 500여 명이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남북은 2002년 9월 4차 적십자회담에서도 ‘지난 전쟁시기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자들의 생사와 주소확인 문제를 협의 해결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북측은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국군포로 및 납북자를 비전향장기수와 맞교환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지는 미지수다. 이 문제를 논의할 적십자회담에 북측이 호응할지도 불확실하다.
한편 남북은 8·15에 즈음해 금강산에서 제11차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하고 화상(畵像)상봉을 실시한다는 데도 의견 접근을 보았다. 또 서울에서 열리는 광복 60주년 기념행사에 비중 있는 북측 인사가 참가한다는 데에도 대체로 의견이 모아졌다.
제3국 어선의 서해 불법어로활동 근절, 양식단지 조성, 기술교류 등을 협의하기 위한 남북수산협력을 이른 시일 안에 추진한다는 점에서도 남북은 큰 이견이 없었다. 이 밖에 남측이 예년 수준의 쌀(40만 t)을 북측에 지원하고 9개 경협합의서를 발효하기 위한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다음 달 5일경 서울에서 여는 것도 논란이 되지 않았다.
남측이 군사적 신뢰구축과 긴장완화를 위해 7월 중 백두산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한 3차 장관급 회담의 경우도 북측이 원칙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락가락한 회담분위기=이날 오전 전체회의는 남북 수석대표가 서로를 치켜세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했다.
권호웅(權浩雄·내각 책임참사) 북측 단장은 “북남관계에서 속도를 내는 정도가 아니라 뛰고 날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정동영(鄭東泳·통일부 장관) 남측 수석대표는 “속도전이 아니라 통 크게 남북관계를 발전시키자”고 호응했다.
하지만 오후에 들어서면서 북한 대표단의 경기 남양주 종합촬영소 참관 일정이 취소되는 바람에 회담이 한차례 난기류에 휩싸였다.
시민단체인 피랍납북자인권연대의 도희윤(都希侖) 사무총장과 납북자 가족들이 북한 대표단 방문 일정에 맞춰 시위를 벌인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
이에 따라 남북 대표단들은 급작스레 한강 유람선 관광으로 일정을 바꿨고, 북한 대표단은 예정시간(오후 2시)보다 1시간 늦은 오후 3시에 외출에 나섰다.
15차 남북 장관급회담 기조발언 요지 비교남측(정동영 수석대표 50여 분 발언)기조발언
내용북측(권호웅 단장 30여 분 발언)-북핵 문제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7월 중 4차 6자회담 개최북핵 문제-미국이 북한을 우호적으로 대하면 단 1개의 핵무기도 갖지 않을 것-제3차 장성급 군사회담 7월 중 개최-수산협력회담 조기 개최
-광복 60주년 행사에 북측 당국대표단 참석 위한 실무협의 조기 개최
-제1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 및 화상 상봉 8·15를 즈음해 실시
-항공회담 실시, 남북항공협정 체결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 협의할 적십자 회담 7월 중 개최
-경협추진위원회 7월 개최 및 9개 경협합 의서 조속 발효
-사회 문화 분야 교류협력 추진
-장관급회담 매분기 한 번씩 정례화
남북 관계-광복 60주년 행사에 비중 있는 북측 인사 참석 문제 논의
-8·15에 즈음해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과 화상 상봉 실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 접촉
-농업 수산 분야 협력 및 협의체 구성
-(예년 수준의) 식량지원 계속 희망
-을사늑약 불법성 확인 및 무효화 요구
-일본의 독도 침략과 역사교과서 왜곡에 공동 대처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