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원을 대출 받아서 8억 원 짜리 집을 샀는데, 최근에 4억 원이 올랐대요. 글쎄….”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 중견 간부는 지난해 말 경기 성남시 분당의 주상복합아파트를 산 회사 동료의 얘기를 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대출을 받아 집이나 살 걸 그랬다”며 아쉬워했다.
집값이 요동치고 있다. 올 초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지역에서 시작된 집값 폭등은 이미 경기 분당과 용인 평촌 등을 거쳐 지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덩달아 전국의 땅값도 불안해지는 형국이다.
사람들은 요즘 모이기만 하면 머리를 맞대고 부동산 얘기를 한다. 앞으로 아파트 값이 더 오를지 떨어질지, 오른다면 어디가 오를지?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야 하는지? 등등.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분석과 판단도 내놓는다.
정부는 정부대로 바쁘다. 수없이 쏟아낸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고민도 많다. 여당이 ‘부동산대책기획단’을 발족하고 활동에 들어가는 등 정치권의 관심까지 집중되고 있다.
사실 부동산 문제만큼 국민 모두의 관심을 끄는 것도 없다. 또 부동산 문제처럼 모든 사람이 ‘전문가’를 자처하는 경우도 드물다. 아마도 집과 땅이, 우리 삶의 기본이자 뿌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부동산이 안정돼야 나라가 안정된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럼 어떻게 해야 현재의 비정상적인 부동산 시장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해답은 간단하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에, 살고 싶어 하는 집을 충분히 지으면 된다. 1가구 다주택 보유자 등 투기 수요는 세금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통제하면 된다.
문제는 누구나 정답을 알지만 쉽게 행동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한 번 길을 잘못 들어선 시장을 제대로 돌려놓는 과정에 마주하게 될 비난과 질책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하지만 마냥 손 놓고 있거나 잘못된 정책을 계속 고집할 때는 지난 것 같다. 마구 날뛰는 부동산이라는 ‘고양이’의 목에 제대로 된 ‘방울’을 달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이라는 ‘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