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성곽은 녹음이 우거진 자연의 아름다움과 역사의 교훈을 준다. 이번 주말엔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을 찾아보자. 아이들과 가볍게 나들이 차림으로 찾기에 손색이 없다. 성곽 둘레만 11.76km이고 산성 안의 면적이 80여만 평으로 국내 산성 중에서 가장 크다. 남한산성 8경을 중심으로 성곽을 둘러보자.
▽비경으로 꼽히는 8경=처음 찾는 사람들은 역사관에 있는 문화유산 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면 산성에 대해 좀 더 속속들이 알 수 있다. 남한산성을 사랑하는 모임이 선정한 8경은 남한산성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四季)를 망라한다.
한여름으로 넘어가는 요즘, 남문주차장∼행궁∼수어장대에 이르는 소나무 숲(제6경)을 추천할 만하다.
또 숭열전 위 약수터에서 서문으로 가다가 만나는 잣나무 숲은 한여름에도 서늘한 느낌을 주는 곳. 이런 숲 속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시원한 그늘에서 소나무의 알싸한 향기에 취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안개 낀 이른 아침이면 신선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이 발길을 사로잡는다.
성곽 일주로(제1경)를 따라 걷다보면 웅장한 성곽의 규모를 느낄 수 있다. 성곽로 주변의 서문(제2경)에 올라서면 성남시내와 서울시가 한눈에 들어오고 야경 또한 일품이다. 크게 함성이라도 내지르면 호연지기가 절로 길러질 것 같다.
동문(제3경)과 광주방향 상하행도로(제4, 5경)는 벚꽃 필 때와 눈 내린 날이면 신비로울 정도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요즘도 시원한 나무그늘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드라이브 코스는 일품이다.
옛 무기제작소였던 침괘정의 은행나무 벤치(제7경)는 연인들의 장소로 알맞다. 성곽위에 뜨는 보름달(제8경)은 가을에 특히 아련한 정취를 자아낸다.
▽등산로와 행궁, 만해기념관=대략 5개의 등산코스가 있는데 남한산성의 정취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대부분 문화재와 기념물 등을 지난다. 일제강점기 때 훼손됐다가 지난해 일부 복원된 행궁(궁궐 밖 임금의 임시 거처)도 둘러볼 만하다. 행궁 옆에 있는 만해 한용운 기념관(120평)은 시비(詩碑)와 만해의 흉상이 있고 ‘님의 침묵’ 초간본과 만해가 즐겨 보던 책들이 비치돼 있다.
남한산성 역사관은 산성의 연혁부터 성벽의 모습, 병자호란 기록, 삼학사(홍익한 윤집 오달제)의 필적 등이 보존돼 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