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가 굶주림과 질병,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수많은 보고서는 똑같은 답을 내놓고 있다. ‘투자’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투자에 필요한 돈은 어디에서 나올까. 결국 ‘부자나라’들이 원조를 늘려야 한다. 이미 유럽은 아프리카 투자를 늘리기 위한 행렬에 동참했다. 이제 아프리카의 운명은 미국 백악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가 시급한 분야는 보건, 교육, 농업, 인프라 등 4가지로 집약된다. 아프리카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및 말라리아와 같은 질병과 싸우기 위해서는 의료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또 아프리카에서는 수천만 명이 학교를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있으며 교사와 교실도 턱없이 부족하다. 공부 대신 집에서 부모의 농사일을 돕는 아이들도 부지기수다. 농부들은 비료, 종자 개량 등 현대 농업의 기본적인 혜택마저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농업 생산성도 한심한 수준이다. 도로와 전기는 물론이고 식수 도로 통신 등 기본적인 인프라 수준이 악명 높을 정도로 열악하다.
이런 부분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선진국들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선진국들은 아직까지 ‘말 따로, 행동 따로’다. 최근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의 주도로 만들어진 ‘아프리카위원회’는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를 현재 250억 달러에서 2015년에는 500억 달러, 2015년 750억 달러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현재 선진국들의 국민총생산(GNP) 총계는 연간 30조 달러에 이른다. 그런데 이들 국가의 아프리카 원조액은 250억 달러로 100달러당 8센트에 불과하다. 2015년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가 750억 달러까지 늘어나도 이들 부자국가의 전체 GNP에 비하면 그다지 많은 액수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부자나라’인 미국의 태도이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의 아프리카 지원액은 GNP 100달러당 3센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더욱이 미국 원조액의 상당부분은 원조 문제를 담당하는 미국인 컨설턴트의 월급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에 실제 아프리카에 도움이 되는 액수는 미미한 수준이다. 아프리카에 원조액을 늘리겠다는 약속도 없다.
얼마 전 G8(선진7개국+러시아) 국가들은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부채 탕감에 합의했다. 방향은 맞다. 그러나 현재 아프리카의 현실을 생각하면 대단히 작은 액수다.
더구나 미국은 부채 탕감에서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부채 탕감을 해 주는 대신 아프리카에 대한 기존 원조액을 줄이려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만약 이 같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충격적이다.
분명한 사실은 미국이 국방비에 투입하는 막대한 돈을 줄이고 이를 평화적인 분야로 돌리지 않는 한 지구촌의 빈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이 해마다 5000억 달러를 국방비로 쓰면서 아프리카 원조에는 매년 30억 달러밖에 책정하지 않는 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평화 확보는 쉽지 않다.
7월 초 스코틀랜드에서 G8 국가 정상들이 만난다. 이제 각국 지도자와 시민들은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진실을 말해야 한다. 미국이 아프리카 발전의 진정한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과거 오랫동안 지키지 못한 약속을 지켜야 할 때가 왔다고.
제브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 TMSI (트리뷴 미디어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