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大學)’ ‘중용(中庸)’은 ‘논어(論語)’ ‘맹자(孟子)’와 함께 ‘사서(四書)’로 불리며 유학의 주요 경전으로 취급되어 왔다. 이 두 책은 전통시대 특히 성리학 성립 이후 사대부가 유학을 배울 때 읽던 기본 교재였으며 오늘날에도 유학에 접근할 때는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텍스트로 남아 있다.
‘대학’의 저자는 공자(孔子)의 제자인 증자(曾子)와 그 문인으로 알려져 있고, ‘중용’의 저자는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로 알려져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대학’과 ‘중용’은 원래 ‘예기(禮記)’ 49편 중 42번째, 31번째 편이었다. 전통적으로 유학자들은 이 두 편을 각별하게 여겼는데, 특히 송나라 시대 주희(朱熹)가 ‘논어집주(論語集註)’ 및 ‘맹자집주(孟子集註)’와 함께 ‘대학장구(大學章句)’와 ‘중용장구(中庸章句)’를 저술하면서 흔히 말하는 ‘사서’ 체계가 확립되었다. 따라서 오늘날 ‘대학’과 ‘중용’을 함께 거론한다는 것은 주희가 확립한 ‘사서’ 체계에 따라 두 문헌을 다룬다는 말과 거의 동일한 의미이다.
‘사서’의 체계에서 ‘대학’과 ‘중용’은 유학을 배우기 위한 첫 번째 관문과 마지막 관문으로 간주된다. ‘대학’은 대인(大人), 즉 군주 또는 위정자를 위한 학문으로 삼강령(三綱領·세 가지 강령)과 이를 실현하는 팔조목(八條目·여덟 가지 조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 가지 강령은 밝은 덕을 밝히는 것(명명덕·明明德), 백성을 친애하는 것(친민·親民), 최고의 선에 도달하는 것(지어지선·止於至善)이다. 이는 군주 또는 위정자가 지향해야 할 목표를 밝히는 것이다. 여덟 가지 조목은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이다. 이는 앞에서 보았던 세 가지 강령에 제시된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상에서 볼 수 있듯이 ‘대학’은 개인의 자기 수양과 전체 사회의 문제를 연속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바로 이런 특징이 유학자들이 ‘대학’을 유학의 입문서로 간주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된다.
‘대학’을 통해 유학에 입문하면 ‘논어’ ‘맹자’를 읽고 끝으로 ‘중용’을 읽는다. ‘대학’이 유학이 지향하는 바와 그 과정 전체의 윤곽을 잡는 책이라고 한다면 ‘중용’은 이론적인 핵심을 확인하면서 정리해 나가는 책인 것이다.
주희는 ‘중용’이라는 책 제목의 ‘중(中)’에 대해 치우침이나 과불급이 없는 것이라 설명하고 ‘용(庸)’에 대해서는 일상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곧, 치우침이나 과불급이 없는 인간의 본성을 일상에 구현하는 일로써 ‘중용’을 이해한 것이다. 나아가 ‘중용’은 한 개인의 심성과 일상생활의 수많은 문제가 하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학’이 유학의 지향점과 실천 과정을 제시함에 개인과 전체 사회를 연결시킨다면, ‘중용’은 한 개인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진행되는 일상생활과 삶의 도덕적 근원인 하늘을 중첩시키는 것이다.
‘대학’ ‘중용’에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이 두 편의 본문과 주희의 주석을 완역한 것에 역주를 첨부한 성백효 선생의 ‘대학·중용집주’(전통문화연구회·1991)를 먼저 읽는 것이 좋다.
정원재 서울대 교수·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