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하철을 타고 학원에 가는 길이었다. 맞은편에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술에 취해 좌석 한 칸을 모두 차지하고 누워 있었다. 그런데 앞에 서 있던 중학생 2명이 슬그머니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내장돼 있던 카메라로 그 남자의 모습을 위치를 바꿔가며 찍는 것이 아닌가. 학생들은 사진을 서로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겠다며 즐거워했다. 요즘 인터넷 세대들은 인터넷상에 자신의 의견을 올리고 사회의 여러 현상을 고발하는 것에 매우 열정적이다. 하지만 타인의 인권을 배려하지 않은 채 재미삼아 올린 사진이나 글들은 상대방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 최근 인터넷 실명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죄의식 없이 이뤄지는 인권 침해의 심각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역지사지의 자세와 도덕적 양심에 바탕을 둔 ‘네티즌 윤리’를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고 장 혁 서울 송파구 오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