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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치는 스님… 영천 만불사 음악회 ‘아름다운 밤’

입력 | 2005-06-24 03:09:00


적요한 밤의 어둠을 뚫고 끊길 듯 이어지던 대금소리는 어느새 불을 뿜듯 격정적으로 몰아친다. 그러더니 다시 가슴을 파고드는 저음으로 바뀌어 세상사의 번뇌를 이겨내고 깨달음을 얻은 내면의 울림처럼 다가온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보유자인 이생강 씨의 대금 연주는 마치 인간사를 꿰뚫어 보고 있는 부처님이 연주하듯 사람의 마음을 종횡무진 이끌어갔다.

21일 밤 경북 영천시 만불사 대웅전에서 열린 제2회 ‘보름달맞이 산사 음악회’는 스타 국악인들과 성악가 스님들이 푸짐한 음악의 향연을 펼쳐 속세의 찌든 때를 날려준 문화 불사(佛事)였다. 이날 음악회에는 대구 경주 포항 부산 등 인근 도시뿐 아니라 서울 등지에서 온 신자들을 포함해 2000여 명이 참석해 음악을 통해 마음을 정화시키고 신심을 다잡았다.

“어디서 온지도 가는 곳도 알 수 없고…한사코 잡으려 애를 써도 아련한 풍경소리만 밀려오네.”

성악을 통해 15년째 포교활동을 벌이고 있는 비구니 정율 스님이 대웅전 삼존불 앞 가설무대에 올라 피아노 반주에 맞춰 시원한 소프라노 목소리로 ‘무상’을 부르자 초여름 밤의 무더위가 싹 가시는 듯했다. 인간 마음을 열어 보여주는 것 같은 이생강 씨의 대금 연주에 이어 명창 김영임 씨가 ‘회심곡’ ‘정선아리랑’ 등을 흥겹게 부르자 청중은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등 열띠게 호응했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범능 스님이 직접 기타를 치며 ‘산사문답’ ‘꽃등 들어 님 오시면’ 등 조용하면서도 울림이 큰 노래를 불러 감동을 주었다.

제3회 행사는 7월 20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054-335-0101

영천=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