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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이전 "이제부터는 각개전투다"

입력 | 2005-06-24 17:27:00


이제부터는 연합전(聯合戰)이 아니라 각개전투(各個戰鬪)다.

177개 공공기관 이전지역이 24일 확정 발표되자 그동안 치열하게 펼쳐졌던 광역단체별 유치전쟁이 시·군·구 기초단체와 지역 국회의원들간의 싸움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전 대상 공공기관보다 유치를 희망하는 기초단체 수가 월등히 많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기초단체장들이 유치전에 사활을 걸고 있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유치전의 성패가 지역민들에게 국회의원의 정치력을 판단할 수 있는 잣대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의원들의 신경이 곤두서고 있다. 출신 광역단체로 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힘을 모았던 의원들도 이제는 자신의 지역구로 기관을 끌고가기 위해 불가피한 싸움을 벌이게 됐다.

한전이 옮겨가는 광주는 남구와 광산구가 이미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엄청난 지방세 수입 규모 등이 알려지며 나머지 3개 자치구도 가세할 태세다.

15개 기관이 이전되는 전남 역시 22개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1개 기관 이상을 유치하겠다는 희망을 밝혀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토지공사가 이전되는 전북은 익산시가 신행정수도 및 수도권의 접근성 등을 내세워 유치전에 나섰고, 전주 김제 남원 임실 정읍 군산 등 7개 지역 역시 교통 및 대학 연계성 등을 강조하며 유치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관광공사가 이전하게 될 강원도는 춘천 원주 강릉시가 오래전부터 공공기관 이전에 대비해 유치 전략을 세워 왔으며, 정부의 확정 발표 후 다른 기초단체의 발걸음도 분주해 지기 시작했다.

국회의원들도 지역 자치단체와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속속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경북 출신 한나라당 모 의원은 “같은 당 의원들끼리 얼굴을 붉히게 생겼다”면서도 “우리 지역은 너무 낙후돼 있어 꼭 큰 기관이 하나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 의원 보좌관은 “공공기관을 유치하지 못하는 의원들은 정치력에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면서 “각 의원들이 자치단체와 협조해 기관 유치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강원 원주시)측은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실효성이 없는데 각 자치단체가 나서서 유치전에 벌이는 모습은 이상하다. 우리는 나서지 않겠다”며 “해당 기관이 스스로의 경영전략에 맞춰 결정할 문제지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여기저기로 지정해서는 안 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7월말까지 이전지역 결정에 기준이 되는 ‘입지선정 지침예정서’를 발표하고, 9월말까지 기초단체과 이전기관, 정부가 협의해 최종 이전지역을 확정할 방침이다.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