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에 다니는 박준성(朴峻成·31) 씨는 토요일이면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느지막이 일어난다. 오후에는 맞벌이를 하는 부인과 집 근처 ‘센트럴시티’에 가곤 한다. 여기에는 백화점, 영화관, 서점, 식당가가 모여 있어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본다.
박 씨는 “주말이면 교통정체가 심하기 때문에 교외로 나가는 것보다 서울 안에서 충분히 쉬는 것이 다음 주를 활기차게 맞이하기에 좋다”고 말했다.
19일 낮 한강시민공원 난지지구 어린이놀이터 주변. 준비해온 음식물을 펼쳐놓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부부들로 초만원이었다. 휴대전화로 자장면이나 치킨을 시켜 먹는 가족도 적지 않았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찾은 이난희(李蘭姬·37·여) 씨는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시원한 강바람을 쐬며 여유 있게 주말을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해외나 교외로 나가지 않고 도시 안에서 주말을 보내는 이른바 ‘주말 도심족’이 많아졌다.
한강시민공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중구 명동, 신촌 일대가 주 무대다.
명동, 신촌, 삼성동, 동대문, 잠실 등 서울 8개 상권의 지난해 5월과 올해 5월 토, 일요일 카드 결제건수를 비교한 결과 토요일은 지난해에 비해 48.7%, 일요일은 42.9% 각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씨카드의 전국 결제건수 증가율(30.9%)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올해 한강시민공원 이용자는 지난해보다 14.5% 늘었다. 작년 1∼5월에는 1560여만 명이, 올해 같은 기간에는 1790여만 명이 다녀갔다. 도심에서 야영을 즐길 수 있는 난지 캠핑장의 이용객은 지난해 4∼5월 1만2599명에서 올해 같은 기간 2만2894명으로 81.7%나 늘었다.
삼성경제연구소 강신겸(姜信謙) 수석연구원은 “주5일 근무제 초기에는 ‘어딘가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사람이 많았지만 점차 운동이나 문화생활 등으로 주말을 보내는 성숙된 행태가 자리 잡아 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