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대통령선거 결선투표가 24일 오전 9시부터 전국 4만1071개 투표소에서 실시됐다.
‘실용적 보수파’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과 ‘강경 보수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테헤란 시장의 대결로 압축된 이번 선거에서 각 진영은 저마다 승리를 장담하고 있지만 양 후보의 지지층이 뚜렷이 갈려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이념 대결로 시작된 이번 선거는 계급 대결 구도가 추가되면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이슬람 가치 수호와 강경 반미노선을 내건 아마디네자드 후보가 결선에 올라오자 온건·개혁세력은 라프산자니 후보 진영으로 결집해 반(反)아마디네자드 연대를 구축했다. 정치적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보수 회귀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힘을 합친 것. 이들은 ‘탈레반이 몰려오고 있다’며 아마디네자드 후보 측을 공격했다.
하지만 아마디네자드 후보는 ‘대지주의 아들(라프산자니 후보)’ 대 ‘대장장이의 아들(아마디네자드 후보 자신)’이라는 계급 대결로 몰고 갔다. 그는 연설에서 “빈곤과 차별, 부패를 끝장내겠다”며 ‘이슬람의 로빈후드’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를 자처했다. 임금 인상, 연금 확대 등의 공약으로 고실업, 고물가, 부패에 염증을 느낀 서민들의 마음을 파고든 것.
그는 22일 선거방송에서는 자신의 검소한 집과 예전 테헤란 시장의 호화 빌라를 비교하며 “공직자들은 왜 궁궐에 살고 있느냐”며 부자인 라프산자니 후보를 간접적으로 공격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