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부동산은 건국 이래 ‘최고 히트상품’이다. 경제가 불황이어도 집이 낡아도 시세는 떨어지는 법이 없다. 혹독한 규제가 있기라도 하면 땅값은 되레 폭등하곤 한다. 그러니 돈이 몰리고 호가(呼價)는 끝없이 올라간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이제 백약(百藥)이 무효(無效)한 형국이다.
규제가 효과 없다면 다른 대안을 모색해 보는 게 어떨까? ‘왜 우리는 비싼 땅에서 비좁게 살까’(삼성경제연구소·2005년)는 철저하게 시장논리로 땅값 문제를 풀어보려 한다.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으면 가격이 올라가는 게 당연하다. 재개발 규제 등 부동산에 대한 통제는 주택 공급량을 줄게 만들 뿐이다. 그러면 집값은 결국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다. 세계 도시 밀도 비교 등 실증적인 자료들을 짚어가다 보면, 시장이란 ‘보이지 않는 손’을 자유롭게 해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저자의 믿음에 수긍이 간다.
‘도시의 과학자들’(지호·1999년)은 전국으로 확산되는 부동산 투기 열풍을 ‘45분 규칙’이란 개념을 통해 색다르게 진단한다. 45분 규칙이란 도심은 45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까지만 성장한다는 법칙. 예컨대, 서울 사대문 안은 걸어서 45분 안팎으로 다다를 수 있는 면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철도와 자동차는 이 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를 훨씬 늘려 놓았고 이는 서울의 팽창으로 이어졌다. 고속철도의 등장은 앞으로 도심의 범위를 더욱 확장시킬 것이다. 지방의 땅값 상승은 이렇듯 교통수단의 발달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러나 240km 떨어진 곳에서도 45분 만에 도심까지 출근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 비좁게 중심에 모여 살아야 할 이유도 약해져 버린다. 따라서 결국 대도시의 땅값은 농촌 수준으로 떨어지게 될 터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은 경제적인 이유로만 형성되지 않는다. ‘집우집주’(궁리·2005년)는 역사적 고찰을 통해 집값이 지닌 사회적 의미를 드러낸다. ‘어느 곳에 사느냐’는 한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가 되곤 한다. 신라나 조선에서는 골품이나 품계에 따라 사람들이 사는 동네가 달랐다. 지금은 경제적인 능력이 사람들의 주거지를 결정짓는 시대다. ‘강남불패’의 부작용을 깨기 위해서는 경제적 요소뿐만 아니라 사회 가치관의 변화도 따라야 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학교도서관 총괄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