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생명과학계의 스타로 떠오른 황우석 박사가 1박 2일의 일본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떠났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그가 남긴 감동의 여운은 길다고 도쿄 거주 한국인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에서는 초청강연을 사양하고 있다는 황 박사가 25일 오전 갑작스레 도쿄한국학교를 찾아올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흥분했다.
에어컨이 없어 체온을 웃도는 찜통더위 속의 강당에 들어선 그는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면 교육부총리를 만나는데 여러분이 이런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걸 알려 꼭 에어컨이 설치되도록 건의하겠다”고 말해 400여 명의 청중에게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는 그를 보며 학부모들은 “연구만 아니라 말씀도 정말 잘하시네” 하며 연방 찬사를 보냈다.
황 박사는 “초등학생 때 하교하면 땔나무를 마련했는데 낫질을 하다 상처를 많이 입어 옷을 벗으면 ‘조폭’으로 오인 받을 정도”라며 힘들었던 학창 시절을 회고하면서 학생들에게 학업에 최선을 다할 것과 모국에 대한 애정과 봉사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또 “동료 후배 연구진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순수 국산 기술로 일궈낸 연구 결과는 땀과 눈물뿐 아니라 천운이 한국에 따라준 것”이라며 세계 속에 당당하게 빛날 한국인의 긍지를 역설했다.
황 박사는 자신이 국내에서 ‘제1호 최고과학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는 “제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으며 모든 공은 연구진 동료와 제자들의 것”이라며 겸손해했다.
나리타 국제공항으로 떠나야 할 시각이란 대사관 측의 재촉 속에서도 그는 서울대 수의학과를 지망한다는 한 여고생의 등을 두드리며 “관악캠퍼스에서 꼭 만나요”라며 격려를 잊지 않았다.
학생들에게는 겸손을, 교사들에게는 교육자의 귀감을, 학부모들에게는 한국의 세계적 스타에 대한 자부심을 남기고 그는 공항으로 향했다.
황 박사는 방일기간 중 일본 연구진이 세계 공동연구에 참여하도록 허락해 한일협력에도 기여했다. 복잡하게 꼬인 양국 관계 속에서 한층 빛나 보이는 황 박사의 성숙한 면모가 아닐 수 없다.
조헌주 도쿄 특파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