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파스 박석봉 대표.
엠파스(www.empas.com)가 돌아왔다. 6월1일 이후, 누리꾼(네티즌)들의 관심은 ‘열린검색’이란 새로운 무기로 과거의 검색 1등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갈기를 세운 엠파스로 쏠리고 있다. 열린검색이란 엠파스의 자체 데이터베이스(DB)는 물론이고 경쟁 업체인 네이버, 다음, 야후 등에 있는 정보도 찾아주겠다는 것. 기존의 검색 관행을 ‘닫힌 검색’으로 규정해 차별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 같은 ‘열린검색’이 지식검색을 넘어 블로그 검색으로까지 확대될 경우 폭발력은 예상치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이미 서비스를 제공한 지 2주일 만에 검색 방문자 수(UV) 330만명을 기록하면서 14.9%의 증가율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경쟁 포털과 쇼핑몰의 지식서비스 방문자까지 증가시키는 효과도 불러왔으니 현재까지는 양쪽 모두에게 좋은 윈-윈 게임을 해나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국내 검색 포털 1인자인 네이버는 ‘열린검색’에 대해 저작권 침해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고, 나아가 네이버-지식iN의 DB 주소를 수시로 변경해 외부로부터의 링크 접근을 막는 등 대립각을 세운 상황이다.
엠파스의 역사는 짧지 않다. 영문 명칭 empas는 e-media와 compass의 합성어로 ‘인터넷 나침반’, ‘인터넷 활용의 길잡이’를 뜻한다. 1999년 ‘야후에서도 못 찾으면 엠파스’라는 도발적인 구호를 내세우며 업계에 회오리바람을 몰고 온 엠파스는 이후 극심한 시장 변화 속에서도 살아남으며 토종 검색 엔진의 정통성을 이어왔다.
엠파스의 박석봉(41) 대표이사는 드림위즈의 이찬진 사장과 함께 개발자 출신 CEO의 선두주자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박 대표이사는 1996년 지식발전소(현 엠파스)를 설립하기 전 5년간 나눔기술에서 개발담당 이사를 역임하며 당시 한글 프로그래밍언어 ‘씨앗’과 그룹웨어 ‘워크플로우’를 개발한 바 있다.
엠파스의 열린검색은 과연 검색 엔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할 수 있을까. ‘검색 2강체제’를 선언하며 네이버와 치열한 검색 전쟁을 벌이고 있는 엠파스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6월1일 시작된 ‘열린검색’의 여진이 적지 않다. 이 같은 논란을 예상했나.
“이렇게 광범위한 논쟁으로 확대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저 검색의 임무, 즉 원하는 정보를 잘 찾는 일에 충실하고 싶었다. 판단은 누리꾼들의 몫이라고 본다. 지금까지는 포털들이 담을 높게 쌓고 각자 그 안에서만 놀았던 것을 두고 상도덕이라고 했는데, 오히려 우리는 상대방의 트래픽을 높여주고 있으니까 직원들 사이에서는 ‘열린검색이 이적행위(?)가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웃음)
-유저들의 고민을 해결해 준 것 같아 고맙다. 거대한 실험이 성공하기를 빈다. 출시 전에는 과거에 유행했던 ‘메타 검색’일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
“메타 검색이란 검색엔진 위에서 기생하는 형태로 기존의 검색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보일 수가 없다. 열린 검색은 기본적으로 웹 문서 검색과 동일하지만, 새로운 검색영역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기술의 발전은 물론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여타 업체들이 자신들도 할 수 있었는데, 안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다. 한마디로 ‘콜럼부스의 달걀’이 아닌가.”
-네이버가 자사의 지식 DB에 접근하는 열린검색을 차단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저작권 논란 부분에 대해서 해명해달라.
“신사협정 격인 검색로봇 규칙이 있지만 그것은 UCC(User Created Contents)가 없던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다. 과거에는 사이트 운영자와 저작권자가 일치했지만, 지금은 지식 DB나 블로그가 주도적이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인터넷 운영자는 타사의 검색엔진 로봇을 싫어할 수도 있지만, 사용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글이 모든 검색엔진에서 검색되기를 바란다. 결국 그 문제는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나 블로거들이 결정해야 할 문제이지, 운영자가 독선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열린검색’으로 국내 트렌드를 선도하는 ‘지식검색’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열린검색이 지식 커뮤니티의 공멸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지식검색의 원조는 ‘디비딕’이라는 사이트다. 네이버는 디비딕을 베껴온 것이다. 그런데 그 디비딕을 우리가 인수했으니, 우리가 원조인 셈이다. 지식검색은 사업 모델이랄 것도 없이 성격 자체가 정보 교환 커뮤니티일 뿐이다. 네이버는 유저들의 질문과 답을 검색과 결합시키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인터넷은 애초 열린 공간이었다. 그런데 현재는 이를 자사 검색에 독점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불공정 거래라고 생각한다. 열린검색은 지식검색의 대항마가 아닌 더욱 진보한 개념이다. 7월부터 블로그에 대해서도 열린검색이 적용되면 차이가 확실해질 것이다. 누리꾼들의 선택의 기회가 넓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지식 커뮤니티 활성화에 도움이 되리라 본다.”
-상도덕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자. 업계에서는 타사의 자산을 활용해 이익을 챙긴다는 불만을 갖고 있던데.
“기술의 진보를 방해하는 행위로는 누구도 성공할 수 없다. 직접 타사와 우리 검색 결과를 비교해보라. 검색 및 업데이트 속도, 중복문서 제거, 이미지 검색 등 모든 면에서 우리가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 지난 1년간 열린검색을 완성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다. 최적의 정보를 검색토록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튜닝과 적합한 알고리즘의 개발이 필요했다. 검색은 결국 기술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말 자신 있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라.”
-현재 포털 순위가 4~5위 정도다. 그간 성장은 해왔지만, 썩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닐 텐데.
“그것은 포털 순위로, 사실 우리는 모든 역량을 검색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검색엔진 순위가 더 중요하다(현재 2~3위). 다음카페나 싸이월드의 도움을 받는 커뮤니티 중심의 포털과는 달리, 검색 자체를 무기로 하는 확고한 2강체제를 구축해내겠다. 검색 서비스 능력만을 놓고 봤을 때 실질적인 선두라고 본다. 잠시 방향을 잃고 주춤하긴 했지만, 우리는 이미 검색에 승부를 걸었다.”
-인터넷 업계 CEO 가운데는 매우 드물게 장수 CEO다. 혹시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나.
“어려운 질문이다. 경영을 하는 데 창업자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절대적으로 경영 능력의 문제다. 사실 ‘개발자 출신이 무엇을 하겠느냐’는 의문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CEO에 적합한가’는 그 기업이 처한 상황 및 목표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까닭은 검색 쪽에 개발할 분야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실 2004년부터 부단한 경영진 보강 노력이 있었다. 내가 하는 분야는 한정돼 있고, 경영진이 팀워크를 이루며 막힌 부분을 뚫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도 ‘엠파스’ 하면 5년 전 안경 쓴 토끼가 연상될 만큼 새로운 제품 홍보에 미약했다는 평이 많은데.
“이전까지의 마케팅에 대해서는 사실 할 말이 없다. 2004년 코스닥에 상장되면서부터 비로소 담당이사를 영입하고 마케팅실을 제대로 꾸릴 수 있었다. 최근 전 직원에게 마케팅 교육을 하는 등 마케팅 부분의 분위기를 새롭게 바꿨다. 최근 바뀐 CI나 TV 광고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엠파스는 기술력은 별로인데 마케팅과 디자인은 뛰어나다’는 평가다.”(웃음)
-현재 포털 시장에서 엠파스가 차지한 위치는 매우 독특하다. 실례되는 얘기지만, 인수•합병(M&A) 대상으로서 인기가 치솟고 있는데.
“우리가 M&A 대상으로 많이 거론되는 것은 회사가 깔끔하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자회사도 없고 지분 관계도 간단하고, 특히 서비스가 검색으로 특화됐다는 점이 매력 요소일 것이다. 현재는 검색에 사활을 건 상태이기 때문에 인수•합병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해외 진출 계획은? 검색 분야의 국제화는 생각보다 어려운 과제가 아닐까.
“올해 초, 일본과 중국에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반응을 지켜보는 상황이다. 먼저 국내 시장에서 확고한 2강체제를 이루는 것이 해외 진출의 선결 과제가 될 것 같다. 사실 포털 서비스 가운데 국제화가 가장 쉬운 분야가 검색이다. 문화적인 특수성에 가장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어는 가장 어려운 언어 가운데 하나다. 한국어 검색에서 1위를 할 수 있다면 세계시장 진출도 그리 어렵지 않다고 본다.”
-결국은 구글과의 경쟁인데,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가.
“누군가 왜 한국 포털들이 영어 검색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간단하다. 한국 사람들의 영어 검색에 대한 욕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시장이 크지 않다. 국내에 구글 신봉자들이 많지만 대부분 전문직 종사자다. 돈과 시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시장이 원하면 곧바로 영어 검색으로도 승부를 볼 수 있다.”
-유비쿼터스 시대에 걸맞은 비전이 부족해 보인다.
“역시 문제는 시장의 논리라고 본다. 현재 휴대전화나 PDA를 활용해 검색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다. 망 개방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단말기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유선 인터넷과 무선 인터넷의 차이가 점차 없어질 것이라고 본다. 결국 무선 사업을 따로 준비하기보다는, 유선 인터넷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도 그 성과가 무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믿는다.”
-미디어로서의 비전을 묻고 싶다.
“미디어의 의미는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정보전달 수단이고, 다른 하나는 신문과 같은 여론 형성이다. 무엇보다 오가는 사람이 많아야 미디어로서의 의미가 세워진다. 경험에 비춰볼 때 포털 사업이 방송국 경영과 비슷하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세계 100대 미디어 회사로 성장하는 게 목표인데, 그것은 충분히 규모를 키운다는 노력이 전제된 표현이다.”
대담=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정리=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