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북쪽의 차가운 오호츠크 해 기단과 남쪽의 따뜻한 북태평양 기단이 세력 다툼을 하면서 그 경계에 만들어진 장마전선이 한반도에 머물면서 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가정, 특히 결혼생활을 20년 넘게 한 중장년층 이상 가정에 낀 먹구름도 점차 ‘이혼전선’으로 발달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1970년대 이후 혼인·이혼 주요 특성 변동 추이’에 따르면 결혼생활을 20년 넘게 한 뒤 이혼하는 이른바 황혼(黃昏)이혼이 지난해 전체 이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3%로 2003년(17.8%)보다 높아졌다.
지난해 전체 이혼(13만9400건)이 16년 만에 전년(16만7100건)보다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혼 10건 가운데 약 2건은 황혼이혼인 셈. 1981년 황혼이혼 비중이 4.8%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동거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도 자녀를 다 키운 뒤 갈등을 참지 않고 이혼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라는 게 통계청 분석이다.
부부들이 말하는 이혼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자녀 문제(74.6%). 그런데도 황혼이혼이 계속 늘어나는 것을 보면 순간적 충동에 따른 것이 아니라 치밀한 장기 계획에 의한 결단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혼 부부 가운데 20세 미만 자녀가 없는 부부의 비율이 1995년 28.6%에서 지난해 34.5%로 늘어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황혼이혼의 70%는 여성의 요구에 의해 이뤄진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아내의 가슴 속에 만개했던 사랑의 꽃은 남편이 모르는 사이 시들었고 그 자리에 미움과 복수의 싹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부부간 사랑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도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이혼 사유가 배우자 부정(7.0%)이나 경제적 궁핍(14.7%)보다 성격 차이로 인한 갈등(49.4%)이 월등히 높은 것에서 잘 드러난다.
50대 선배가 말했던 언중유골(言中有骨)의 우스갯말이 뇌리를 스친다.
“퇴직금을 중간 정산한 후 이사 가는 낌새가 있으면 휴가를 내라. 그리고 아내가 아끼는 강아지를 안고 트럭 조수석에 먼저 앉아라. 안 그러면 이사한 집을 영원히 못 찾을 것이다.”
나이 들어가는 아내가 무섭게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남편들이여, 먼저 아내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멀어진 거리를 좁혀 보자. 결혼 초기 아내의 ‘향기’와 사랑스럽던 모습이 다시 보일 때까지.
내달 1일 주5일(40시간) 근무제가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적립식 펀드에 드는 것처럼 늘어나는 시간의 일부를 떼 최후의 안식처가 될 아내에게 투자하자.
김상철 경제부 차장 sckim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