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란의 보잘것없는 하인이자 거리 청소부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새 이란 대통령으로 뽑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씨의 당선 소감은 소박하고도 감동적이다. 선거운동 중 종종 환경미화원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청소부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선거운동용 비디오는 전(前) 테헤란 시장이 살던 호화저택과 그가 시장이 된 이후 살고 있는 변두리 집을 대비시킨 것이었다. 분노의 계급정치에 호소한 ‘포퓰리즘 쇼’라는 평도 나왔지만 이란 국민은 빈자(貧者)의 영웅을 선택했다.
▷1979년 이란혁명 때 아마디네자드 당선자는 이슬람 급진학생운동단체 간부였다. 젊은 날의 치열한 경험은 문신처럼 남는다. “이란 국민은 특별하다. 우리는 역사를 만드는 국민이다”라며 8명의 대통령 후보 중 유일하게 26년 전 혁명을 상기시킨 사람도 그였다. 이들 혁명 2세대에게 이란혁명은 러시아혁명이나 프랑스혁명 이상이다. 종교를 초월한 이데올로기로 이슬람을 재해석해 ‘억눌린 자의 국가’를 탄생시킨 혁명 아닌가.
▷새 대통령과 함께 이란이 1979년 체제로 복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란의 혁명정신이라 할 시아파 근본주의는 폭정과 외세를 물리치고 정의와 평등을 추구한다. 아랍세계는 신정(神政)국가를 최초로, 그리고 유일하게 세운 이란의 정치적 영적 우월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슬람 인구의 11%밖에 안 되는 시아파지만 시아파 최대 국가인 이란의 새 대통령에 세계가 긴장하는 이유도 이런 ‘무서운 확신’ 때문이다.
▷2차 선거에서 그와 겨룬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71세의 고령임에도 미래를 얘기했다. 49세의 대통령 당선자는 과거를 역설한다. “종교적 민주주의만이 번영으로 이르는 길”이라고도 했다. 빈곤 퇴치와 사회 정의를 정책 목표 1순위로 꼽았지만 국가주도적 경제체제로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다. 게다가 그는 “이란은 핵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선언했다. 이란은 김정일 북한 정권처럼 고립의 길을 갈 것인가.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