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휴대폰을 구입하려면 뽑기를 잘해야 한다?’
최근 휴대폰 구매자들 사이에서 ‘뽑기폰’이라는 신종어가 유행하고 있다.
신형 휴대폰을 살 때 뽑기를 하듯 잘 골라야지 잘못 고르면 ‘고장덩어리’인 불량 휴대폰을 떠안게 된다는 의미.
회사원 김진희(28) 씨는 최근 휴대폰을 새로 사기 위해 매장을 방문했지만 선뜻 구입하지 못했다. 혹시 불량 휴대폰을 고를 수 있다는 걱정 때문.
김 씨는 “구입한지 3일된 휴대폰이 계속 고장나는 경우를 봤는데 뽑기를 잘못해서 그렇다”면서 “재수가 나빠서 잘못 뽑을까봐 휴대폰 사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서울 테크노마트에서 휴대폰 대리점을 경영하는 A씨는 “제조사들이 경쟁적으로 다기능의 최신형 휴대폰을 출시하면서 불량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5개를 판매하면 3개는 불량일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신제품 출시경쟁에서 이기려는 제조사들이 철저한 검증 없이 무조건 물건을 내놓은 뒤, 소비자들이 결함을 호소하면 바로 잡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며 “일단 출시하고 보자는 무책임한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는 최신형을 원하고 제조사는 공식적으로 결함을 인정하지 않아 우리는 그냥 팔 수 밖에 없다”며 “처음에 소량으로 출시한 뒤 호응이 나쁘거나 문제가 생기면 갑자기 생산을 중단하기 때문에 교환이나 수리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저마다 “40~50만원을 넘나드는 고가의 휴대폰을 사자마자 A/S센터에 맡겨야 하느냐”며 볼만을 터뜨렸다.
휴대폰 사용자 모임인 ‘세티즌닷컴’ 게시판에는 불량 휴대폰에 대한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이달 초 출시된 모토로라 ‘레이저폰’의 사용자평에는 “몇 십 만원짜리 휴대폰을 운에 맡겨 시험하듯 사야하느냐”는 불평이 줄을 이었다.
모토로라 레이저폰은 최근 일련번호 22400번대 이전에 출시된 7000여 개 중 일부에서 ‘버튼오작동’ 결함이 발견됐다.
모토로라 홍보팀은 “버튼 부분이 느슨하게 조립돼 무상수리 해주고 있다”며 “다기능 휴대폰에서 불량률이 높은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른 제조사들의 최신형 휴대폰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5개월 전에 삼성전자의 최신형 휴대폰을 구입한 조모 씨는 아직까지 액정에 줄이 생기는 결함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A/S센터만 10번 이상 갔다 오고 삼성전자에 항의메일을 보내도 돌아온 대답은 ‘어쩔 수 없다’는 말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 모델 구입자들은 대부분 겪고 있는 문제”라며 “불량 핸드폰을 출시했으면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홍보팀은 “불량 핸드폰인지 사용자 부주의인지 알 수 없다”며 “가까운 A/S센터에 방문하면 무상수리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A/S센터 관계자는 “디지털 카메라폰의 첨단 기능이 강화돼 300만화소를 넘어가면 액정에 결함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소비자들은 SK텔레텍 ‘스카이’와 팬택&큐리텔의 일부 카메라폰에 대해서도 잔고장과 불량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